군사적 대립이 빈번했던 중앙아시아 국경지대에서 고대 불교유적 및 유물을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즈베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국경이 맞닿아 있는 소도시 벡트리아(Bactria)에서는 프랑스와 일본의 고고학자들로 구성된 다국적 조사단의 발굴 작업이 한창이고,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얀 계곡에서는 지난해 3월 탈레반군에 의해 파괴된 대불을 복원하기 위한 유네스코의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슬람교의 성지로만 알려진 벡트리아에서 조사단이 발견한 불교유적은 이 지역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원기둥 모양의 흙무덤들로, 작은 불상을 봉안한 밀실과 탑 등이 발굴됐다.
이에 근거해 조사단은 흙무덤을, 1세기부터 7세기까지 이 곳에서 활동했던 스님들이 진흙으로 지은 수행공간으로 보고, 벡트리아가 당시 불교문화 교류의 창구 역할을 했던 쿠산 왕조의 주요 도시 중의 하나로 추정했다.
조사단은 실크로드를 왕래했던 고대 상인들과 학자들의 글에서 “티베트와 중국에 불교가 전래됐던 주요 통로였다”, “원기둥 모양의 수많은 수행처들이 메마른 땅 위에 세워졌다”, “스님과 불자들이 출가ㆍ성도ㆍ열반일 등을 맞아 흙무덤을 순례했다” 등의 기록도 찾아냈다.
그 동안 벡트리아는 전운 감도는 국경 도시이다 보니, 고고학자들의 발길이 미치지 못했고, 쿠산 왕조의 불교 유물을 고스란히 간직한 흙무덤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국경을 나누는 철책을 세우는 장소로만 이용됐다.
이에 대해 유네스코 우즈베키스탄 주재 사무국의 베리 레인(Barry Lane) 국장은 “유네스코는 다국적 조사단의 발견에 주목하고 있다”며 “쿠산 왕조의 불교 유적과 유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네스코는 구랍 29일 탈레반군에 의해 파괴된 세계 최대 규모의 바미얀 대불 2개를 복원하기 위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유네스코의 위탁을 받은 스위스ㆍ아프간 박물관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날 현장 조사에서 부헤러 박물관장 등 아프간 불교유물 전문가들은 파괴된 대불에 대한 측량을 실시하는 한편 풍화를 방지하기 위해 파괴 부분에 특수 커버를 씌우기 위한 준비 작업도 진행했다.
오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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