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 가산불교문화연구원(원장 지관)이 삼국시대 이래 5천 년 우리 역사를 이끌어 온 한국 지성의 정체 찾기에 나섰다.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은 12월 14∼16일 오대산 월정사에서 2차 가산 포럼을 열었다.
‘수행의 가치와 우리의 미래’라는 큰 주제 아래 2005년까지 진행될 가산 포럼의 두번째 주제는 ‘수행과 지성의 발현’. 불교뿐 아니라 유교, 도교 등 우리 문화의 바탕이 되어 온 전승 사상 속에 나타난 수행 전통은 무엇이었으며 이를 통해 발현되는 지성은 결과적으로 어떤 모습을 띠고 있었는가를 집중 조명했다.
그것은 곧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지성의 실천적 모델을 찾는 작업이기도 했다.
‘신라 불교의 수행법과 그 현대적 의미’ 주제 발표에서 “오늘을 사는 불교인의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인가”는 질문을 던진 정병삼(숙명여대 교수)는 “중요한 것은 앎에 우선하는 실천과 행동이며 그것은 철저한 수행 정신에서 가능하다”고 자답(自答)했다.
정 교수는 “원효가 위대한 것은 방대한 사상 체계를 이뤘기 때문만은 아니다. 원효가 온몸으로 내보였던 삶이 사람들이 절실하게 바라던 믿음을 열어 주는 실천의 길이었기에 위대한 것이다”며 “그 삶은 탄탄한 사상사적 바탕에서 전개된 것이었기에 앎과 행동이 하나가 되는 지성의 표상임을 확인하게 한다”고 말했다.
신라 불교에 사상과 실천, 절절한 수행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 교수는 온몸을 던져 참회행을 실천한 진표 율사에게서 “잘못된 사회 현실을 비판하고 새 길을 모색하는 지성의 모습”도 함께 보았다.
‘근본불교 수행의 요체와 지성의 발현’을 발표한 현광 스님(동국대 강사)도 “부처님의 가르침은 방법론적으로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에 있지만 목적론적으로는 괴로움을 소멸시켜 열반에 이르는 데 있기 때문에 사성제 논리는 결론부터 말하고 원인을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근본불교의 핵심 실천체계인 사성제가 오묘한 철학이론을 설명하는 수단이 아니라 종교적 실천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김성철(동국대) 교수는 ‘티베트 불교의 수행체계와 보살도’ 주제 발표에서 “티베트 불교의 수행체계를 정리한 <보리도차제론>이 목표로 삼는 이상적 인간은 감성과 지성, 실천과 이론이 조화를 이루는 보살의 인격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확고한 사상을 바탕으로 한 수행과 실천’은 유교의 ‘수양’ 전통 속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유교적 수양과 현대적 의미’를 발표한 이승환(고려대) 교수는 “유교적 수양의 최종 목표는 ‘자기의 완성’과 더불어 ‘타자의 완성’까지도 지향한다”며 “성리학에서 도달하려는 지점은 본래의 ‘성품’과 ‘천리’를 깨닫는 일이며, 이를 바탕으로 강렬한 대 사회적 실천으로 나아가려는 것이 바로 유학이 지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김성환(군산대) 교수가 ‘도교 수양의 요체와 그 현대적 의미’를, 김영욱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이 ‘간화선의 화두 수행과 그 특징’을, 허일범(진각대) 교수는 ‘밀교의 수행법과 궁극적 지성의 발현’을 발표했다.
권형진 기자
jinny@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