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 광탄면 용미4리에서 고려 예종 때 세운 임시 궁궐인 혜음원(惠陰院) 추정 건물터가 확인됐다.
단국대매장문화재연구소(소장 박경식)는 지난 8월 27일 이후 12월 12일 현재까지 혜음원이 있었다고 추정되는 이 일대를 조사한 결과 행궁과 같은 특수시설임이 분명한 대형 건물터와 관련 유적 및 유물을 확인했다고 이날 말했다.
혜음원이란 조선 초기에 나온 문헌들인 「동문선」(東文選)과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등지에 실려 있는 김부식의 '혜음사신창기'(惠陰寺新創記)란 글에 그 존재가 혜음사(惠陰寺)란 사찰 이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글에 따르면 혜음사는 개경과 남경(서울)을 왕래하는 행인을 보호하고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고려 예종 15년(1120) 2월에 착공해 같은 왕 17(1122) 2월에 완공됐다. 이곳에는 또한 국왕의 행차에 대비하여 별원(別院), 즉 행궁도 들어섰다.
이번 조사 결과 '惠陰院'(혜음원)과 '惠陰寺'(혜음사)라는 두 종류의 문구가 적힌 기와가 출토됐다.
이에 대해 발굴단은 사찰과 숙박시설을 겸했다는 뜻에서 두 이름을 병행하지 않았나 추정했다.
남북을 관통하는 고개인 혜음령 북쪽 1.2㎞ 지점에 자리한 혜음원터에서는 중앙대형 건물터를 중심으로 부속 건물터가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음이 드러났다.
조사단은 이런 건물터 배치는 물론이고 구조와 출토 유물에서도 일반 건물이 아니라 특수 용도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출토 유물 중에는 용두와 치미를 비롯한 다량의 귀목문 막새기와가 출토됨으로써 대단한 위상을 지녔던 건물이 있었음을 추정케 하고 있다.
조사단은 이 건물터는 첫째, 전면에 큰 마당이 없고 둘째, 사방이 폐쇄돼 일반인의 근접을 막고 있으며 셋째, 출토 유물과 유구 가운데 불교와 관련된 것이 없다는 점에서 사찰 중심을 이루는 법당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곳은 김부식의 글에 나오는 별궁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조사단장인 박경식 교수는 덧붙였다. 건물 배치나 구조가 궁궐 건축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조사단은 고려 숙종과 예종 때에는 국왕이 남경으로 자주 순행했고 그 경로가 지금의 혜음원 터를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 별궁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토 유물은 대부분 고려시대 제작품으로 밝혀졌다.
2001.12.12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