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석굴암 전실의 팔부신장상이 현재 모습과는 달리 들머리 양 가장자리가 닫힌 절곡형이었임을 보여주는 사진이 발견됐다. 이 사진은 보수되기 전 석굴암 전실 세부 모습을 찍은 가장 오래 된 사진 자료로, 전실 팔부신장상의 배치가 지금처럼 전개형이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이종학 사운연구소장은 1909년에 석굴암 전실 왼쪽 측면(남쪽)의 팔부신장상 배치를 찍은 사진을 11월 22일 공개했다. 이 소장이 최근 일본에서 입수한 <조선미술대관>에 실린 이 사진은 팔부신장상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현재의 석굴암 남쪽 전실 배치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1964년 복원된 현재의 석굴암 전실 배치는 서쪽 양벽의 금강역사상에 뒤이은 들머리의 남북쪽 두 벽에 각각 4구씩 신장입상을 돋을새김해 서로 마주보게끔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남쪽편 사진에는 현재 배치처럼 첫째 신장상 아수라가 놓여야 할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돌로 가지런히 쌓은 기단이 앞쪽으로 튀어 나와 있어, 아수라상이 원래는 서쪽으로 금강역사상을 마주보며 배치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문명대(동국대) 교수는 “사진을 볼 때 서쪽으로 꺾인 것은 확실하다”며 “하지만 아수라상이 서 있으면 모르겠는데, 이미 무너져 매몰된 후의 사진이기 때문에 사진만으로는 팔부신장상 배치가 굴곡형인지 전개형인지 단정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석굴암은 일제 침략기인 1912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세 차례 중수된 후 60년대 재복원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당시 복원을 지휘한 황수영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절곡형 배치를 현재와 같은 직선형 배치로 고치면서 “일제가 수리할 때 잘못 배치해 배치를 새롭게 고쳤다”고 자신의 저서(<석굴암>)에서 밝혀 놓고 있다.
권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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