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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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 화쟁사상 '서로 통하는' 경지
“원효의 화쟁 사상은 불교사상에 있어 서로 대립되는 관점을 융합하려는 데 역점을 두었다.” 회통과 더불어 원효의 사상을 대표하는 핵심적 개념인 ‘화쟁(和諍)’에 대한 학계의 일반적 평가다.

최근 나온 계간 <불교평론> 가을호에 실린 박재현(서울대 규장각 해제위원)씨의 논문 ‘원효의 화쟁사상에 대한 재고’는 화쟁사상에 대한 그간의 해석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어 이에 대한 논쟁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이 글에서 “화쟁사상은 다툼과 대립의 화해라는 의미보다는 모아서 서로(會) 통하게 한다(通)는 의미, 즉 소통에 가깝다”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그 동안 학계에서는 화쟁사상을 일종의 화해이론으로 규정했다. 당대 불교 내부의 이론적 혹은 종파적 대립과 다툼을 전제로 한 해석인 것이다. 그런데 박씨는 이번 논문에서 원효가 문제 삼았던 것은 소통 부재 상황으로 파악한다.

그 근거로 박씨가 주목하는 것은 원효 당시 불교계의 대립과 갈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료가 없다는 점이다. 신라불교에서 본격적인 종파의 형성이나 유식과 화엄의 대립과 같은 문제는 원효의 사후, 즉 신라 하대 이른바 5교9산이 성립된 이후에야 등장하는 문제다.

원효가 화쟁론을 제기한 대표적인 저술인 <십문화쟁론>과 <열반종요>, <대승기신론>, <금강삼매경론>에서 화(和)와 쟁(諍)이 쓰인 맥락을 살펴봐도 원효의 문제의식은 ‘대립과 다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주장의 소통 가능성이 전무한 상황에 있었다는 것이 박씨의 생각이다.

박씨는 “논쟁을 전제로 하는 한, 그 어떤 화해의 방식도 결국 배제와 차단의 또 다른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며 “화쟁사상을 논쟁을 전제로 한 화해이론으로 볼 것이 아니라 소통이론으로 파악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래야만 말년의 행적 역시 엘리트 불교의 벽을 허물고 일반 서민들과의 소통로를 확보하려는 몸짓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형진 기자
jinny@buddhapia.com
200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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