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바 정도를 중흥하려 함인데, 병마가 그 뜻을 빼앗았나이다. 바라옵건데 지성으로 불법을 외호하시와 여래께서 국왕, 대신에게 불법을 외호하라 하시던 유훈을 봉행하시오면 죽어도 유감이 없나이다.”
고려 제11대 왕인 문종의 넷째 아들로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와 사상사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고승 가운데 한 분인 대각국사 의천스님이 형왕(兄王) 숙종에게 남긴 유언이다.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11월의 문화인물인 대각국사 의천스님(1055~1101)의 열반 900주기를 기념하는 문화행사가 잇달아 열린다.
대각국사 의천스님은 팔만대장경 조성의 근저가 되고 있는 <신편제종교장총록>과 <고려속장경>을 간행했으며, 선교양종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고려 중기에는 이들의 통합과 화합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한반도 불교 전래 이후 꾸준히 지속되어왔던 법화사상을 천태종의 창립으로 꽃피웠다.
의천스님은 또한 국가경영에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등 당시 사회 경제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송나라 유학 후 전화(錢貨)의 유통을 강력히 주청하는 ‘청주전표(請鑄錢表)’를 발표해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화폐 경제시대의 문을 열었다. 이때 주조된 화폐가 바로 해동통보, 삼한통보, 동국중보, 해동중보 등이다.
대각국사 의천스님의 이같은 사상과 업적은 그대로 계승되어 현재 천태종의 3대 지표인 애국불교, 대중불교, 생활불교로 실천되고 있다.
먼저 11월 6일~14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대각국사 의천 특별전’이 열린다. 이번 특별전에는 대각국사 진영(보물 1044호), 대각국사 금란가사, 대각국사 용문탁의, 대각국사 향로, 흥왕사 출토 대각국사 묘지명석과 영통사, 선봉사비 탁본을 비롯해 국사의 저서인 대각국사 문집, 외집, 속장경 간기와 법화경 보문품 삼현원찬과문(보물 204호), 대방광불화엄경(보물 1017호), 감지금니묘법연화경(보물 390호) 등 10여점의 국가 및 지방지정 문화재가 전시된다. 또한 고려시대 불교문화를 엿볼 수 있는 관음보살 입상, 백지금니범망보살계경, 청동은입사합, 청자발우, 청자다완 등과 천태사교의 집주, 천태3조사위패, 천태종 승려가사, 현대 천태종 서적 등 천태종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 100여점이 전시된다.
대각국사 의천스님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하는 천태 국제학술회의는 10월 16일 오전 10시~오후 5시 천태종 관문사 옥불보전에서 열린다. 한중일 3개국 7명의 전문학자가 참가하는 학술회의에는 의천의 중국활동·의천 문헌을 통한 일본과의 교류·의천과 그 이후의 천태법류·의천의 문학사상·고려 불교에서의 의천의 위상·주전론을 통한 의천의 경제관· 의천의 천태사상 등 7개 분과로 나누어 연구결과를 발표 할 예정이다.
또한 17일 오후 7시에 열리는 제7회 천태예술제에서는 스님의 생애와 업적을 국악관현악과 불교의식, 무용으로 재현한 ‘교성곡 대각국사 의천’이 선보인다. 천태종 범패 보존연구회와 ㄹ(리을)무용단, 천태종 연합합창단, KBS국악관현악단 등이 참여한다.(02)3460-5300
이은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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