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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불교조계종의 창립과…' 학술토론회
1942년 일제하에 창립된 조선불교조계종은 한국불교의 주체성과 자주적 발전을 꾀하기 위한 불교계 노력의 결실이라는 주장과 이 당시의 사회 역사적 배경을 종단이 앞장서 연구하고 한국불교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10월 24일 조계사에서 개최된 조계사 창건 91주년 학술토론회에서 나왔다.

'조선불교조계종의 창립과 주역 연구'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김광식(대각사상연구원 연구부장)씨가 '조선불교조계종의 성립과 역사적 의의'를, 박희승(조계종 총무원 기획과장)씨가 '조선불교조계종의 주역 연구-종정과 종무총장을 중심으로-'를 각각 발표했다. 혜봉스님(지족암 주지)과 종명스님(동국대 불교학과 박사과정)이 토론자로 나섰다.

김광식씨는 "일제 강점기 하에서 일제의 불교계 장악을 위한 사찰령에 대응, 한국 불교계를 통일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 조선불교조계종 출범이고, 비록 한계를 갖긴 했지만 조선불교조계종 출범은 주체적인 종단을 건설하기 위한 자주적 노력의 결과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종단 건설과 운영이라는 주체적인 측면이 간과돼 왔다"고 지적하고 "현재의 각 종단의 정체성 정비 작업의 일환으로 조선불교조계종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희승씨는 "지암과 한암은 한국불교근대사에서 교단의 재건과 수호에 있어 최대 공로자"라며 "일제 식민정책의 요체가 민족말살정책이었음에 비춰볼 때 총독부의 확고한 통치 아래였지만 한국불교의 전통을 담지한 독자적인 교단을 재건하여 유지한 것만도 상당한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의 일제 협력 문제는 자연인으로서 행한 것이 아니라 종단의 종무직수행 차원에서 협력한 것이기에 교단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종합토론에서는 "조선불교조계종의 역사적 재평가 작업에 종단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루었다. 토론자로 나선 혜봉스님은 "현 조계종이 법적으로 1962년 통합종단 출범이후만 공식적으로 조계종사로 보고 그 이전의 정화운동과 조선불교조계종을 부정하는 인식에는 큰 문제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혜봉스님은 그 단적인 예로 종정 문제를 들며 공식적으로 효봉 스님부터 종정으로 예우하는 것에서 이 같은 종단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끄러운 역사도 엄연히 역사고 공과 과실을 함께 살펴야 된다"면서 "정면으로 이 문제를 다룰 때가 온 만큼 종단이나 종단협의회 차원에서 이 부분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희승씨는 "현 조계종은 조계종이라는 종명과 법통을 이어받으면서 그 이전의 역사를 전통과 역사로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조선불교조계종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박씨는 "조선불교조계종 하면 친일에 묶여 있는 인식이 보편적이어서 종단에서 부담스럽게 생각하면 면이 많았다"며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이런 토론회가 활발히 열려야 된다"고 지적했다.

지암과 한암 인물 연구를 발표한 박씨는 이들의 주체적 자주적 노력을 강조하며 이런 인식의 바탕에는 곧 조선불교조계종도 조계종 역사에 포함해 재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전제가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그것은 조계종이라는 법통과 전통에서 출현한 시대별 존재양식이 바로 조선불교조계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런 역사적 평가 작업을 통해 참회할 것은 참회하고 계승할 것은 계승해 나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식씨도 조선불교조계종 출범은 일제 강점기에도 분명히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한국 불교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사료발굴과 조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권형진 기자
jinny@buddhapia.com
200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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