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의 3가지 지관 가운데 부정지관을 대표하는 저서로 알려진 <6묘문>은 <불광대사전>에 소개될 정도의 통설과는 달리 부정지관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10월 13일 열린 불교학연구회 월례발표회에서 ‘<6묘문>과 부정지관의 관계’를 발표한 이병욱(고려대 강사·사진) 씨는 “<6묘문>과 부정지관의 관계는 <6묘문>에 부정지관이 포함되어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6묘문>은 점차지관, 부정지관, 원돈지관 등 3종류의 지관을 설명하고 있지 부정지관을 대표하는 저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같은 천태종의 저서 안에서도 ‘6묘문’에 대한 접근이 다르다는 점이다. <6묘문>이 부정지관을 대표하는 저서로 알려진 것은 <마하지관> 1권에서 ‘부정지관을 실은 글은 <6묘문>이다’고 한 데 근거하고 있는데, <법화현의> 10권에서는 부정지관과 같은 의미인 부정관을 설명하는 부분에 ‘6묘문’에 대한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는 점차관(점차지관)을 설명하면서 ‘6묘문’을 언급하는 것과는 대조된다고 지적하고 “6묘문이 부정지관에 속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고 말했다. 물론 <마하지관> 1권에서 말하는 <6묘문>은 책 이름이고, <법화현의> 10권에서 말하는 6묘문은 천태종에서 열반에 이르는 6가지 수행방법을 지칭하는 것이긴 하지만, <6묘문>이 부정지관을 대표하는 저서라면 부정지관을 설명하는 곳에서 수행덕목인 6묘문도 언급되었어야 할 것이라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3종류의 지관을 모두 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부정지관의 비중이 가장 크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는 모두 10장으로 된 <6묘문> 가운데 3·4·5·6 등 4장이 호증(互證)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호증은 부정지관과 동일 개념이라는 데 근거하는데, 호증은 부정지관과 동일 개념이 아니라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호증에 속하는 4장 가운데서도 제5장과 6장의 절반만이 부정지관의 맥락이라고 할 수 있어 결코 <6묘문>이 부정지관의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권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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