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와 경허스님 등 고승들의 묵향을 느낄수 있는 전시회가 통도사에서 열린다.
10월 25일~12월 17일까지 통도사성보박물관에서 열리는 고승 선묵 특별전 ‘깨달음의 길을 간 고승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특별전은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석정 스님이 평생 수집한 고승 선묵 200여점을 <통도사성보박물관>에 기증함으로써 이뤄졌다.
기증품 중에는 석정스님의 스승인 석두선사를 비롯하여, 경허, 백학명, 이동인, 만공, 석전, 효봉, 향봉, 화봉, 향곡, 구하, 한암, 경봉선사 등 20여 고승들의 친필 선묵들이 망라되어 있다.
또한 직지사, 송광사, 선암사, 수덕사 등 사찰박물관과 동아대, 고려대 등 대학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위해 빌린 서산 휴정, 사명 유정 스님의 친필을 비롯해 영파, 금파, 율봉 스님 등 조선중기에서 근대로 이어지는 고승들의 선묵 50여점도 전시된다.(055)382-1001
■서산 휴정(1520~1604) <지본묵서>(조선중기)
선교일치·선교통합 사상을 전개해 선교양종을 통합하고, 불교로 중흥시킨 서산 스님의 친필 유묵 3점을 감상할 수 있다.
‘배꽃이 흩날려 청허원에 날아드네. 목동의 피리소리 앞산을 지나건만 사람도 소도 보이지 않네.’(청허당집, 권 1 38.) 선적 사유의 깊이를 느끼게 해 주는 서산 스님의 시는 선시의 전형으로 많은 후학들에게 영향을 끼쳤는데, 유정, 편양, 소요, 초의 스님 등이 바로 그들이다.
■영파 성규(1728~1812) <간찰첩>(조선후기)
영파 스님은 젊어서부터 당대 선지식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조선 후기의 선승이다. 편양 언기 스님의 문손인 함월 해원스님의 법제자로, 용문사와 통도사에 스님의 진영이 남아 있다. 스님은 30년간 <화엄경>을 공부하여 화엄종지와 선(禪)과 교(敎)의 요체를 얻었다고 전하는데, 법회를 열 때마다 수많은 신도와 스님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다.
스님이 직접 쓴 <간찰첩(簡札帖)>은 스님의 정신세계를 알게하는 귀중한 자료로 직지사성보박물관의 배려로 이번에 처음으로 전시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경허 성우(1849~1912) <지본묵서>(조선말)
‘천하의 명의를 찾았더니 돼지 왼쪽 어깨에 뜸뜨는 녀석들 뿐이다.’ 경허스님 선시 가운데 한 부분인 이 구절은 지혜의 눈을 뜬 사람들을 찾았으나 헛일이었다는 심회를 담고 있다.
근대 선불교의 중흥조로 불리우는 경허스님은 일찍이 생사의 절박함을 깨닫고, 천장암으로 출가 용맹정진 끝에 홀연히 깨닫고는 선풍을 드날렸다.
1904년 오대산과 금강산을 거쳐 안변의 석왕사 오백나한 개금불사에 증명법사로 참여한 이후 자취를 감춘 스님은, 승속의 경계를 허물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거침없는 무애행으로 살다간 선승이다. 스님은 문장과 필법에 모두 특출하였는데, 이번전시에는 <심우도 육곡병풍>과 <시고> 등 유묵 5점이 전시된다.
■경운 원기(1852~1936) <머루도>(근대)
근대의 대표적 불교학자인 경운스님은 전남 승주군 선암사의 대승강원에서 불경을 공부하고, 그 후 직접 강의를 맡아 선암사를 당대 강학의 중심지로 만든 분이다.
또한 근대의 대표적인 사경승으로 1880년에 명성황후의 발원으로 <금자법화경>을 서사하기도 하였다. 이번에 선보이는 스님의 수묵화 <머루도>는 평소 접하기 힘든 작품으로, 납자의 본분사가 산중에 있는 머루처럼 머리 깍은 승려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선암사박물관 소장본이다.
■용악 혜견(1830~1908) <통도사 황화각 상량문>(1900년)
강원도 설봉산 석왕사에서 출가한 용악스님은 오랫동안 경전을 연구하였으며, 시문에 능했다고 전한다. 1897년 통도사로 내려와, 1908년 세수 79세로 통도사에서 입적했다.
통도사 강원의 대교반이 수학하는 요사채 <황화각의 상량문(皇華閣 上樑文)>을 직접 지었는데, 이번 전시에서 스님의 <황화각 상량문> 내용 전문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은자 기자
ejlee@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