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 존자와 결혼하길 원하는 생쥐 미타이야기
불교의 성보(聖寶)는 무진장한 문화의 보고이다. 그 성보에 새로운 이야기의 옷을 입혀 현대적으로 되살려낸 문화재 소설이 선보인다.
문화재에 대한 남다른 애착으로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소설가 성낙주씨가 불교 문화재를 소재로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해 화제다.
단편 형식으로 이어지는 문화재 소설은 격월간 <불교와 문화>를 통해 연재되는데, 이번 3·4월호에서 '석굴암 아난존자편-미타의 사랑'으로 첫선을 보였다.
'미타의 사랑'은 사람과 결혼하길 원하는 생쥐 미타의 이야기다. 인간과 전혀 다른 모습인 생쥐를 주인공으로 삼아 석굴암 부처님과 나한, 관세음보살까지 우화적 시각으로 접근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원고지 50매 분량 짧은 이야기지만 그 속에 담긴 문화재에 대한 이해와 상상력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
이야기에서 미타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석굴암 아난존자는 '살짝 옆으로 돌린 말끔한 이마와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고요한 눈길에 부드러운 콧날...남자의 아름다움이란 온간 아름다움이 모두 그 한 사내한테 모여있었다'고 묘사된다.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을 석굴암 아난존자에서 발견한 후 그와 결혼하기 위해 석굴암 부처님께 100일간 지극 정성으로 기도를 올리는 미타. 마침내 100일이 되던 날 석굴암 벽에서 뛰쳐나와 인간의 생명을 얻은 아난이 자신이 아닌 다른 여인과 결혼하자, 질투와 원망을 이기지 못하고 그 둘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하지만 그 여인이 바로 미타자신의 다른 모습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그 여인은 너의 딴 몸이었느니, 어리석어라. 너의 시샘이 네 자신을 버렸구나.' 석굴암 부처님을 향해 수백 수천 번의 절을 올리며 참회의 눈물을 흘린 미타는 그후 다시는 석굴암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대략의 줄거리다. 이야기와 함께 화가 하경옥씨의 삽화도 곁들여, 보는 즐거움도 더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우리의 신앙적 역사적 미적 유산을 담아낼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는 성씨는 "풍부한 불교문화유산들을 재창조하는 작업에 보다 많은 작가들이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성씨는 앞으로 불국사, 다보탑, 석가탑, 에밀레종, 이차돈 순교비, 서산 마애삼존불, 법주사 쌍사자석등 등을 소재로, 구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상상력을 가미해 우리시대의 새로운 설화를 꾸준히 엮어낼 계획이다.
이은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