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앞마당에 물짐승과 날짐승 솟대가 섰다. 솟대뿐만 아니라 깨어져 밑이 훤히 드러난 독 안에 부처님이 앉아 오가는 불자들을 반기고, 그 독 위에 연꽃까지 피었다.
물질만능주의와 환경파괴, 도덕성 상실 등으로 얼룩진 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환경미술가 최병수씨의 설치미술 '초심불심(初心佛心)'전이 5월 6일까지 조계사 경내에서 열린다.
80년대 후반부터 생태운동을 주제로 한 작품활동에 주력해 온 최씨는 1992년 브라질 리우 환경회의 '쓰레기들', 1997년 일본 교토 제3차 세계환경회의 '펭귄이 녹고 있다' 2001년 새만금 갯벌 살리기 '하늘마음 자연마음' 등의 작품을 선보여왔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선보인 이번 작품은 외형적인 자연환경뿐 아니라, 욕망으로 오염된 인간의 마음을 정화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씨가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든 짱뚱어, 장어, 조개, 갈매기, 오리, 마도요 등의 솟대는 환경 파괴로 고통받는 생물들을 표현한 것이지만, 그로 인해 결국 더 큰 고통을 받아야 하는 우리 중생의 모습을 상징화한 것이다.
"밑 빠진 독은 채워지지 않는 우리들의 욕망을 상징합니다. 우리의 욕망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지요. 그 욕망을 부처님 가르침으로 제거해야 합니다. 결국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뜻이지요." 밑 빠진 독 위에 핀 연꽃은 연꽃공예가 이성자씨의 작품으로 욕망을 제어하고, 본래의 나를 마주할 때 오는 자비와 평화, 상생 정신을 나타낸다. 밑빠진 주변에 늘어선 작은 독은 바로 깨어지지 않은 초심(初心)의 상징이며, 그 속에 가득 채워진 맑은 물은 본래 우리 속에 내재된 불성이다.
4월 26일에는 부처님의 자비와 상생의 정신을 표현한 연꽃을 동자승들이 독 위에 설치하는 '연꽃공양 퍼포먼스'를 통해 맑고 깨끗한 초심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이은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