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교계 차원에서 종교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발족한 '개혁을 위한 NGO 네트워크' 준비위원회는 4월 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의 종교권력과 시민사회'를 주제로 세미나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세미나에서는 세상을 향한 소금과 목탁이란 본연의 기능보다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변질된 종교권력에 대한 따가운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성공회대 권진관 교수(신학)는「시민사회의 관점에서 본 한국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란 주제 발표에서 '종교는 시민사회가 새로운 사회를 재창조하는 일에 생명의 기(氣)와 영(靈)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오늘날 종교는 탐욕과 부의 종교로 변했고, 한국교회는 가진 자의 교회로 전락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권 교수는 이어 '이제 종교는 참 생명의 종교로 거듭나야 하며, 종교개혁과 갱신은 제도종교 안과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종교적 NGO들이 감당해야 한다'며 민간 종교단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화여대 최준식 교수(한국학)는「한국사회 관점에서 본 한국종교의 내부개혁과제」란 발표를 통해 '장사를 하는지 구원사업을 하는지 구분이 안되는 기독교와, 총무원의 대활극 사건이 상징하는 불교가 우리 종교계의 실상이지만 진짜 문제는 성역성(聖域性)'이라면서 '이 사회에서 누구도 상대하기 꺼리는 분야가 바로 종교계'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우리 나라 종교계야말로 구조조정 대상 1순위'라면서 '하지만 스스로를 성역시함으로써 외부의 모든 비판을 원천적으로 막고, 자정 노력도 보이지 않아 종교의 구조조정은 난제중의 난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주제 발표에 이어 열린 사례 발표에서 재가연대의 최승천 편집위원장은 조계종 정대 총무원장의 잇따른 발언 파동을 거론하면서 '기왕에 주어진 종교권력은 잘 쓰면 중생을 이롭게 하지만 잘못 쓰면 종교를 망치고 세상을 어지럽힌다'면서 '정치권력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며 종교계와 정치권력을 싸잡아 비판했다.
안창도 기독시민사회연대 평신도협의회장은 사랑방교회 등 일부 교회의 내부개혁 사례를 예로 든 뒤 '교회 헌법을 민주적으로 고쳐 나가고, 목회자 중심이 아닌 평신도와 함께하는 교회연합운동, 그리고 기복신앙 위주에서 복음과 현실 고려가 어우러진 균형잡힌 신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1.4.26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