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땅속에 묻혀있는 불상을 과연 찾아낼 수 있을까. "한국전쟁 때 민천사((旻天寺·고려) 불상 등 국보급 문화재 10여 점을 개성박물관 근처에 묻어놓고 피난길에 올랐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0월 20일 국회 문화관광위의 국립중앙박물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심재권(민주당) 의원은 "당시 개성박물관장을 지낸 원로 미술학자 진홍섭(82·전 문화재위원장) 박사가 중공군 참전으로 급하게 피난하게 되자 박물관 근처 마을 주민 2명, 수위 1명과 함께 문화재들을 묻고 훗날을 기약했다"고 밝혔다.
민천사는 개성시내에 있던 고려왕실의 원찰이다. 고려 충렬왕 3년에 수녕궁을 절로 바꿀 것을 명했으나 신하들의 반대로 되지 않았고 32년 뒤인 1309년 충선왕 1년에 민천사로 바뀌었다. 민천사는 승려와 속인 300여명을 모아 금자대장경을 두 차례나 사경(寫經)하고, 5백여 명의 장정을 뽑아 불상을 주조해 봉안할 정도로 규모가 대단했다. 왕과 재상이 불공을 올리고 불경강의를 듣던 민천사이지만, 해방 당시에 이미 민가가 들어찬 주택지였고 용머리돌과 불상이 출토됐을 뿐 복원은 불가능했다.
"당시 남쪽 땅이었던 개성이 곧 수복될 것으로 생각하고 매장했던 것인데 다시 갈 수 없는 곳이 돼버렸다"고 말하는 진 박사는 "최근에 남북 관계가 바뀌었으니 내가 그곳에 다시 가서 옛 기억을 더듬어 이 문화재를 파내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당시 문화재를 묻었던 4명중 진 박사만이 유일한 생존자이다.
현재의 개성박물관은 옛 건물을 헐고 1980년대에 신축한 것으로, 이때 땅 속에서 문화재가 나왔다는 소식이 없는 만큼 아직 그곳에 묻혀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