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성보박물관이 특색있는 기획전을 통해 불교문화를 전파하는 산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문을 연 이후 현재까지 하루 평균 300여 명의 관람객이 찾고 있는 김천 직지사 성보박물관의 고승진영전이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 여름 경남 통도사 성보박물관에서 열렸던 사리장엄구 특별전도 당초 8월말로 계획했던 전시 기간을 연장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이같은 몇몇 박물관의 성공적인 기획전시 외에는 대부분의 박물관이 기획전시는 커녕 상설 전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성보박물관의 활성화를 위한 관심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2년 동안 성보박물관의 외형적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98년 말만 해도 해남 대흥사, 순천 송광사, 경주 기림사, 밀양 표충사 등 4곳에 불과하던 성보박물관은 10월 25일 현재 13개로 늘어났다. 개관을 준비중이거나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곳도 14개에 이르러 이들까지 합하면 30여 개에 달한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문은 열었지만 운영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은 손꼽을 정도다.
성보박물관 운영이 어려움을 겪는 데는 전문 인력 확보에 대한 사찰의 안목 부족과 재정적 어려움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찰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도난과 유물 훼손에 따른 관리 보존을 위해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지만, 이후 운영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일단 세우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박물관 건립에 드는 비용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 지원을 받아 별 어려움이 없지만 이후의 재정 확보는 여전히 큰 걸림돌이다. 박물관 건립 이후 지속적인 유물의 보존과 연구, 보안장치 설치 등에 필요한 예산 확보돼야 하지만 사립박물관으로 등록돼 있는 사찰 성보박물관의 특성상 정부의 예산 지원을 따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사립박물관협회에서 문화관광부에 운영비 지원을 요청해 놓고 있지만 성사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올해 기획전을 개최한 통도사와 직지사 성보박물관은 문화관광부에 박물관으로 정식 등록돼 전문 학예연구사를 두고 있는 곳들이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통도사 성보박물관은 별도의 학예연구실까지 설치하고, 학예연구사만 4명이 근무하고 있다. 96년 개관한 직지사 성보박물관도 99년 학예연구사 2명을 투입해 올해 처음으로 기획전을 개최했다.
반면 표충사, 법주사, 기림사, 옥천사, 부석사 등은 성보박물관이라 불리지만 사실상 유물전시관으로 등록돼 있는 곳들이고, 전문인력 배치에 관한 규정도 없어 기획전을 꾸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재구 학예연구사는 "성보박물관 건립과 운영의 주체인 사찰이 박물관 건립에 앞서 인적·재정적 지원의 정도를 면밀히 검토해 이에 맞게 점차적으로 추진해야한다"면서 "그같은 토대위에 지역민과 불자들에게 어제의 문화유산을 오늘의 문화로 다시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불교문화에 대한 소양을 높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