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화두를 버리고 선정(定), 계율(戒), 지혜(慧)로 무장된 선(禪)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형조(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는 '한국불교의 화두-간화와 돈오를 넘어 새 정체성 만들기'를 통해 "한국불교의 활로는 수행과 일상의 지평선 위에 있다"며 "수행의 초점을 돈오(頓悟)가 아니라 점수(漸修)에 세울 것"을 요청했다. 화두가 등장하면서 약해진 선정을, 좌선으로 키우는 한편 일상에서도 자각의 고삐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 교수는 "좌선을 더 정교하게 만들고 일상의 자각을 보태는 수행법을 찾아야 한다"며 "좌선으로 닦은 선정은 현대 문명을 구원하는 주체로 승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다음으로 한 교수는 "화두나 돈오에 밀려난 계율과 지혜를 다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실천을 중시했던 초기의 선 수행자는 율종의 사원에 기거할 만큼 계율에 충실했다. 또 경전에 대한 연구의 깊이를 더하고, 이를 다시 현대에 맞게 해석하고 이해해, 선에 지혜를 접목시켜야 한다. 특히 한 교수는 삼학으로 새롭게 일어난 선을 철저히 수행할 때, 한국불교의 구조적 모순인 공원 입장료와 신도의 보시 등에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는 데 주목했다.
한형조 교수는 결론에서 "화두와 돈오에 의해 버려지고 방치되고 있었던 불교의 풍부한 전통을 삼학(三學 : 계·정·혜)의 선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으로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