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 대한 비판이 계간지 무크지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계간 <당대비평>이 가을호에서 '쟁점:한국의 지식권력 3-권력으로서의 한국종교'를 다룬 데 이어 최근 나온 <인물과 사상> 16호에서는 '종교는 영원한 성역인가?'고 묻고 있다.
<인물과 사상>은 '무소유'의 법정스님과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대표 손봉호 교수, 크리스찬아카데미 명예이사장 강원용 목사 등 우리 시대 대표적 종교인 3명에 대한 인물비평, 불교와 개신교의 전근대성과 성장주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있다.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는 30쪽에 이르는 머리말에서 '인구의 절반이 넘는 신도들에게 천문학적인 숫자의 헌금을 거둬들이면서도' '도리어 가난한 신도들의 주머니를 터는' '종교의 존재 가치를 저울질해보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 라고 묻는 한 재미목사의 말을 인용, 더 이상 종교의 영역이 성역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
강 교수는 종교 문제가 우리 사회의 마지막 금기로 남아있는 것은 언론과 종교의 유착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하고 "언론의 이윤 추구에 도움이 안되는 거라면 그건 비평의 가치가 없는 것,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이제 더 이상 종교는 성역이 아니다. 과거처럼 종교를 계속 성역으로 간주하는 한 한국사회엔 희망이 없다"고 밝힌 강 교수는 참여적 글쓰기를 하는 지식인들이 종교 문제에 침묵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웅기 재가연대 시민사회국장은 '한국불교에 희망은 있는가?'라는 글을 통해 "한국불교를 읽는 두 가지 키워드는 전근대성과 세속화"라고 규정하고 전통적 보수주의의 회복을 촉구했다. 정씨는 전통적 보수주의를 "한국불교사에서 보조 지눌이 이끌었던 정혜결사처럼 부처님 당시의 교단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들이 이에 해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또 재가불자들의 신앙형태도 "구복(求福)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신행혁신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 잡지들이 우리 사회의 담론을 형성하고 의제를 제안한다는 점에서 이후 종교 비판이 다양한 형태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개신교계의 교회 세습 문제, 멀리는 98, 99년의 조계종단 사태도 종교 비판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원인이다.
정성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