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가을 햇살사이로 들녘의 곡식들도 황금 옷을 갈아입고, 눈길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요즘. 우리 전통의 바탕 위에 현대적 미감과 창작의 묘미를 가미한 생명력 넘치는 문화 예술공연들이 있어, 우리 삶이 더욱 풍요롭다.
-.불교전통음악, 무대언어로
올해 연이은 해외 공연 등으로 누구보다 분주한 법현스님(동국대 교수, 영산재 이수자)은 6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개막기념 창작무 '대천(大天)'을 선보여 국내외 영상예술인들의 갈채를 받았다. 법현스님이 연출과 음악을 맡고 김향늠(창원대 무용과)교수가 안무한 대천은 하늘의 소리 즉 부처님의 진리인 묘음을 현대적 음악과 춤사위로 무대언어화 한 것이다. 28명 무용수의 역동적 동작과 불교음악이 어우러져 정중동의 깊은 선적 세계를 선보인 부산 공연에 이어 법현스님은 17일~19일 전주 전북대문화관에서 열리는 세계소리축제에서도 세계인들에게 우리 불교음악의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소리축제에서는 산사예불과 범패를 결합한 '2001-소리스펙터클'이란 제목으로 상고시대에서부터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이르는 우리 음악의 역사를 불교정신과 사찰음악을 중심으로 펼쳐보일 예정이다.
-.영산재, 미국인들에게
비구니 유일의 영산재 이수자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희스님도 15일~30일까지 코리아 소사이어티(한미경제인 단체) 초청으로 미국순회 공연길에 오른다. '한국의 불교의식과 소리와 춤'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려질 이번 미국 순회공연은 뉴욕의 심포니 스페이스, 워싱톤의 케네디센터 등 주요 도시 유명극장에서 이미 표가 매진 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희스님은 공식일정 외에 워크숍을 통해 현지인들에게 영산재와 한국의 불교예술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또한 동희스님의 뉴욕 심포니스페이스 공연은 Zev Gubur(세계적인 비디오 아트사)가 녹화해 <세계 종교음악과 춤>시리즈에 소개될 예정이다. 미국 순회 공연과 더불어 스님은 영산재의 모든 것을 담은 화보집 <한동희스님 영산대작법>도 발간했다. 이 화보집은 지난 95년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영산재를 담을 것으로 영산재의 역사적 배경, 구성, 의식절차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비구니로서 범패승 계보에 오른 한동희 스님의 행장을 영문과 함께 실었다.
-.판화 위 '선의 경지'
불교 선(禪)판화라는 독특한 미술 세계를 선보이고 있는 혜안스님은 연이은 전시로 불자들과 만난다. 혜안스님은 20일 까지 대구 동화사 대불전 특별전시실서 '불교판화초대전'을, 17일~22일에는 아셈국제회의를 앞두고 열리는 봉은사 불교문화제에서 '전통문양판화전'을 연다. 또 오는 11월 18일~24일에는 미국 뉴욕 미주코리아저널사 주최 미국 초대전 '공(空)-혜안스님 불교전통문양 및 선판화전'을 뉴욕 한국 문화원에서 가질 예정이다. 또한 내년 3월경에는 미국 태고사 법당건립기금 마련 목판화 초대전도 계획중이다.
-.패션과 불교의 만남
불교적 이미지를 의상을 통해 표출해 온 이기향교수(한성대 의상학과)가 결혼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이교수는 10일~16일 대구 섬유축제의 일환으로 열린 제4회 패션 아트전에서 연꽃을 문양 디자인하여 불교이미지를 담은 웨딩드레스 '하얀 연꽃의 새악시 1,2'를 발표했다. 이교수는 또 18일~19일에 대구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한국의 이미지'전에서 영산재의 종합 예술적 요소를 춤과 의상, 소리와 설치미술로 재구성한 '영취산의 환희-의상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27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리는 '서울 로타리 3650지구 국제 지국대회'에서는 '천년의 흐름-옷과 몸짓의 만남'을 펼쳐 보일 예정이다.
이은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