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엄경'과 '거짓말'이 보여준 것처럼 극과 극의 작품세계를 오가는 문제적(?) 영화 감독인 장선우씨가 불교설화인 바리데기이야기를 애니메이션 '바리공주'로 제작한다.
애니메이션 바리공주는 조선 민화 밑바탕으로 고려불화, 고구려 벽화, 나아가 중국, 인도, 일본 등에 걸쳐지는 전체 동양 미술의 전통의 위에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으로 오는 2002년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설화 바리데기는 불라국 국왕의 일곱째 딸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바리가 자신을 버린 부모님을 위해 머나먼 서천서역으로 감로수를 구하러 가는 힘든 여정을 통해, 효와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교훈적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다. 애니메이션 바리공주는 이같은 원작을 중심으로 교훈적 측면보다는 만화적인 재미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인터넷 공개제작을 통한 새로운 방식의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겠다고 장담하고 나선 장 감독은 현재 인터넷상에 바리방(www.bari.co.kr)을 개설해 놓고, 애니메이션 '바리공주'에 대한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시장을 겨냥하는 독창적인 문화상품을 제작하겠다는 것이 장감독의 의도다.
공개제작 체제로 만들어질 애니메이션 바리공주에는 주인공인 바리와 여섯공주, 왕과 왕비를 비롯해, 석가여래와 삼천제자,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 시왕과 저승나찰 등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인터넷 바리방에 설치된 이미지보드방에서 이들 각각의 이미지에 대한 아이디어와 제작방식을 수렴하고 있다. 각색콘티방에서는 내용전개와 장면하나에까지 네티즌들이 의견을 제안하도록 해 놓았으며, 소리방에서는 애니메이션의 배경음, 효과음으로 사용할 전통음악과 창작음악 등을 소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감로수, 관세음보살, 반야용선 등 일반인에게 익숙치 않은 불교용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바리용어사전도 별도로 만들었다.
장 감독은 "애니메이션 바리공주 이야기는 서사무가 바리데기를 토대로 불교(佛敎), 선(禪)사상과 관련 한 주요문헌들에 힘입어 짜여진 이야기"라면서 "이를 일차적 자료로 삼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보태고 자유롭게 응용해, 새로운 형식의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바리공주가 이뤄지길 희망하고, 또 될 것"이라고 제작의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장감독을 비롯한 애니메이션 바리공주 기획팀은 8월26일부터 1박2일간 해남 미황사에서 참선수련을 겸한 기획회의를 갖는다.
이은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