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을 맞아 여러 박물관들이 특별전을 준비하며, 평소 접할 수 없었던 각종 문화재와 자료들을 공개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문화재와 자료들은 학술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에서 두루 의미있는 것들이어서 주목된다. 주말을 이용해 온가족이 함께 박물관을 찾아 우리 문화재에 담긴 의미와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기회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겨례의 글, 한글 특별전'
국립중앙박물관이 제554회 한글날을 맞아 준비한 '겨레의 글, 한글 특별전'은 우리 한글을 주제로 한 특별전으로는 처음 전개되는 전시다.
11월 5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계속되는 이 전시에는 국보 제70호 <훈민정음해례본(1446년.간송미술관 소장)>과 국보 제142호인 <동국정운(1448년.건국대박물관 소장)>을 비롯한 국보 3점과 보물 10점 등 한글과 관련된 총1백30여점의 문화재가 선보인다. 특히 국보 제212호 <능엄경언해>와 범종으로서는 드물게 한글이 음각된 구리종(월정사 성보박물관 소장), 경상남도유형문화재 제100호 한글부모은중경 목판(통도사 성보박물관 소장) 등 불교관련 한글유물이 다수 공개돼 눈길을 끈다.
이들 외에도 보물 제1220호로 지정된 조선 현종의 어필편지와 왕실관계 한글유물, 추사 김정희 일가의 한글편지 등 한글 관련 희귀 문헌과 불교의 토착화, 교육의 발달, 근대화, 여성문화의 변천등을 보여주는 한글 자료들이 소주제별로 분류 전시된다.
박물관측은 "이번 특별전은 우리문화의 근간을 이루었던 한글이 지나온 길을 체계적으로 살피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도록 했다"면서 "특히 한글의 문화사적 의의를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02)398-5077
동대박물관 '근대 한국학 자료전'
근대 한국학과 관련된 주요 저술과 유묵, 유필 등을 선보이는 동국대박물관의 '근대한국학자료전'은 동국대가 6년만에 준비한 특별전이다. 10월 17일~12월 1일까지 박물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민족 문화의 정체성을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특별전은 불교학, 국사학, 국어학, 국문학, 한문학, 철학, 미술사학, 고고학을 중심으로 법학, 교육학, 국악, 언론, 서지학, 민속학, 사회학 등 역사 문화 사회 등 한국학 연구 제분야의 자료들을 한데 모았다. 1900년대 이후 한국학 연구자들의 성과를 중심으로 육필원고 외 각종 자료 187점 703매와 저서류 335권이 선보인다. 특히 불교학 분야에는 한국불교사학 정립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조명기 박사의 육필노트 <원효대사연구>을 비롯, 권상로 선생의 육필원고 <능가경> 서두, 이기영 박사의 육필원고 <진여와 중습> <원효의 일승원교> 등이 공개된다. 이 전시품들은 동국대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얼마전 정년 퇴임한 황순구 박사의 애장품으로 평상시 접할 수 없는 희귀 자료들이다. (02)2260-3463
호림박물관 '구입 문화재 특별전 2'
11월 5일까지 열리는 '호림박물관 구입문화재 특별전 2'는 지난 93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호림박물관이 수집한 자료 가운데 예술적 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문화재만을 한자리에 모았다.
지난 7월 1차 전시회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구입문화재 특별전은 1차 행사에서 볼 수 없었던 도자기와 전적(典籍), 불구류(佛具類) 가운데 104건 121점이 전시된다.
고려시대의 목판본(木版本)과 사경(寫經), 그리고 조선시대의 활자본(活字本) 등이 선보이는 전적류 가운데 <감지은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紺紙銀泥大方廣佛華嚴經普賢行願品)>과 재조대장경(再雕大藏經)은 눈길을 끈다. 당대의 금속공예의 수준과 명문(銘文)을 통해 당시의 사회, 경제상황 등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불구류(佛具類) 또한 고려시대의 것을 중심으로 전시된다. 이번에 선보이는 <청동소종(靑銅小鐘)>은 기형(器形)·문양의 배치와 내용·크기 등에서 고려 범종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수작으로 꼽힌다. <청동「정우육년」명반자(靑銅「貞祐六年」銘飯子)>는 명문을 통하여 제작목적·시납처(施納處)·제작연대(1218년) 등을 알 수 있다.(02)858-2500
이은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