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문형씨는 지나가는 행인의 영상을 미련없이 통과시키는 철망부처와 그와 마주선 청망변기 작업을 통해 안과 밖, 형태와 그림자, 있음과 없음이 교류하는 경계의 현장에 머무르고자 한다.
욕망과 이기(利己)가 모두 빠져나간 듯, 투명하고 투과적인 부처의 철망신체는 부처의 이미지가 함의하는 자기부정과 해탈의 정신을 반영하며, 심산유곡의 물소리가 흘러 나오는 철망변기 또한 육체의 한계에 갇힌 인간욕망의 배설구를 일순간 천상의 반열로 들어 올린다.
이씨는 금지와 억압의 기호로 인식되던 철망에 부드럽고 온화한 공기와 빛을 통과시켜, 따뜻한 피부로 변모되는 과정을 통해 '스테이트 2000'이라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현했다. 형상과 재료, 제작과정 모두에서 자아의 본질을 향한 작가의 탐구적이고 수행자적인 태도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동하는 몸, 흔들리는 땅'전이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8월29일~9월 12일까지 열린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서 엄선한 16명의 작가가 사진, 비디오, 웹 설치, 회화 등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나는 교차지점으로서 새로운 시각과 시도로 관람객의 눈과 마음에 의문을 던지기에 충분하다.
제1전시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땅, 역사적 사회적 관점에 의해 재정되는 땅, 문명을 수용하며 변형되는 땅, 가상공간을 통해 이동하는 땅 등 '흔들리는 땅'의 실존적 형상을 표현하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제2전시실은 이문형의 '스테이트 2000'을 비롯해 변형되고 조작된 신체, 떠돌아 다니는 몸, 어리둥절하게 움직이는 관객의 몸으로 나타나는 '이동하는 몸'을 통해 몸이 함의하는 현대의 다양한 이슈들을 제기하고 있다. (02)760-4608
이은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