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경북 안동 봉정사 극락전(국보 제15호)의 지붕 끝부분이 처지고 벽면과 기둥에 금이 가는 등 무너질 위험이 높은 것으로 밝혀져 문화재청이 전면 보수에 나선다.
문화재청과 안동시, 봉정사에 따르면 극락전 지붕의 무게를 받치는 공포 8개 가운데 건물 뒤편 4개에서 균열이 발생해 아래로 꺾여있고 기둥도 심하게 금이 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극락전 기와가 얹혀 있는 지붕 끝부분이 아래로 처져 있는 데다 벽면에 금이 가면서 건물 뒤쪽 벽면 일부가 앞으로 튀어나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1972년 해체 보수공사를 하면서 한 겹으로 된 처마에 한 겹을 더 얹어 지붕무게가 늘어나면서 처마쪽과 건물 옆면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해체조사를 맡았던 김동현 전 문화재연구소장은 "지붕 앞쪽은 겹처마, 뒤쪽은 홑처마였으나 해체조사 과정에서 지붕 뒤쪽도 부연을 단 겹처마 지붕임이 밝혀져 원형대로 고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김봉건 미술공예실장은 "지붕의 무게 때문에 처지는 현상이 나타났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며 "건물이 오래 되고 낡아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봉정사 극락전은 고려시대인 1200년대에 지어져 1363년 공민왕 때 1차 수리를 한 후 1635년 조선 인조 때 두 차례 중수했다는 기록이 있다. 1972년 당시 문화공보부의 요청으로 안동군이 발주해 75년까지 3년에 걸쳐 해체 보수공사가 이뤄졌다. 이 때 종도리 하부에서 조선 인조 3년(1625)이라는 중수기 상량문이 발견돼 국내 최고의 목조 건물로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72년 보수공사 과정에서 기둥을 교체하면서 국내 최고 목조 건축물에 외국산 나무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비판여론도 높다. 경북대 박상진(임산공학과) 교수가 지난 해 봉정사 극락전 기둥에서 나무재질 샘플을 채취, 분석한 결과를 보면 건물 뒤쪽과 옆쪽 기둥 일부가 미국산 리기다소나무와 알래스카산 가문비나무 등 외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밖으로 드러난 기둥이 외국산이라면 나머지 역시 외국산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화재청은 1995년부터 문화재연구소에서 해마다 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시급한 붕괴우려는 없으나 벽체 균열이나 공포 처짐현상이 발생해 그대로 방치할 경우 (그럴) 위험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7억여 원의 예산을 확보해 전면적인 보수공사에 나설 계획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 설계를 마치고 봉정사 대웅전(보물 제55호)의 보수공사가 끝나는 10월쯤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