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법륭사는 한국 고대 불교예술의 결정체다." 9월 30일 한국미술사연구소(소장 문명대)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금당벽화로 유명하고 일본 불교미술의 상징처럼 통하는 호류지(法隆寺)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는 이러한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법륭사 대형불상과 삼국시대 불상을 분석한 문명대(동국대) 교수는 "법륭사의 백제관음의 형태, 필치, 기법 등은 파격적인 면이 강해 일본의 불상과는 사뭇 다를 뿐만 아니라 백제의 6∼7세기 불상 양식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 교수는 백제관음에 대해 "일본에 간 백제장인 일세대의 작품일 가능성과 을 백제에서 조성했을 가능성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백제관음 한반도 제작설'에 힘을 실어 주목된다.
법륭사 헌납보물 143호 삼존불과 백제 조각을 비교한 곽동석(국립공주박물관) 관장 역시 "삼존불은 부여 금성산 출토 금동여래입상의 옷주름, 군수리 보살입상·신리 보살입상·호림박물관 보살입상에서만 나타나는 불상 구조, 서산마애삼존불·연동리 석불·계유명아미타불비상의 광배 등과 비슷하다"며 "이것은 삼존불이 당시의 일본 금동불과는 전혀 다른 조건과 환경, 즉 백제에서 주조되어 일본에 전해졌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륭사 건축과 한국 고대 불교 건축을 비교한 이강근(경주대) 교수는 "일본 최초의 사찰 비조사나 법륭사 등은 모두 고구려·백제·신라에 의해서 건립됐으며, 이곳의 불상·불화들은 모두 삼국인들에 의해 조성된 것"이라며 "따라서 법륭사의 금당, 5층탑, 강당의 쓰임새를 이해하게 된다면, 목조건물 유구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한국 고대 사원건축의 연구에 새로운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법륭사 건축 유구인 옥충주자의 구조와 회화를 연구·발표한 윤희상(신흥대)와 김정희(원광대) 교수는, 한반도 장인들이 옥충주자를 지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옥충주자 회화와 삼국시대 회화-옥충주자 본생도의 불교회화사적 고찰'에서 김 교수는 "옥충주자에 남아 있는 본생도는 6·7세기 신라에서 전해진 <금광명경>과 <대반열반경>을 토대로 그린 도상"이라며 "그것이 우리 나라의 화가들에 의해 그려졌는지, 아니면 그 영향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앞으로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옥충주자 건축의 원류를 추적한 윤 교수 역시 "옥충주자는 그 건축적인 내용에서 고대 한일 건축의 관련성과 변화를 암시하는 중요한 유구"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이번 학술대회에는 임남수(일본 조도전대) 박사의 '법륭사의 역사' 임영애(중앙대) 교수의 '법륭사 번의 원류' 등이 발표됐고, 김영애(한국정신문화연구원)·한정희(홍익대)·한동수(인하대)·홍승재(원광대)·김창균(한남대, 문화재청)·정형민(서울대) 교수들이 토론에 나섰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문명대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미술사 연구는 인도나 중국에서 영향받은 측면에 치우치곤 했으나 이번에는 고대 한국미술이 고대 일본에 끼친 영향을 학술적으로 밝혀내고자 한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