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중기의 고승으로 천태종을 개창하고 <속장경> <대각국사문집> 등 수많은 저서를 펴낸 대각국사 의천(1055∼1101)의 탄생지가 궁중이 아닌 '외가 인예태후의 생가(현 부천군 관교리)'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이 같은 주장은 9월 28일 열린 대각국사 의천 탄생지에 관한 학술발표회에서 이형석(미추문화연구회장) 박사에 의해 제기된 것.
이 박사에 따르면 개성 영통사에 위치한 대각국사비문엔 '의천 스님 1055년(을미년) 9월 28일 궁중에서 태어났다'고 적혀 있지만, 그의 어머니인 인주이씨 가문 출신의 인예태후의 생가에서 태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 박사는 '인천 외가 탄생설'의 근거로 <인천부사> <인천부읍지> <고려사절요> <조선왕조실록> 등의 기록을 들고 있다. <인천부사>에는 "고려 숙종이 인예왕후 이씨의 고향을 경원군(慶源郡)으로 승격… 대각국사가 태어났기 때문"이라는 기록이 있다. <인천부읍지>에는 고려 순종 때 경원군 뒤편에 어실(御室)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박사는 "어(御)는 왕에게만 사용하는 글자로, 인예왕후 생가에 별궁이나 행궁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대각국사의 탄생지는 대국국사비문에 따라 궁중에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어느 곳에 위치한 궁전인지를 기록하지 않아 정확한 위치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당시의 궁은 수도 개경을 비롯해 서경·동경·남경 등 여러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박사는 <고려사절요>와 <조선왕조실록>에 고려의 왕들이 외가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기록들에 주목하고, "이 같은 기록을 토대로 대각국사 의천 스님이 외가인 인천 경원군의 별궁에서 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대각국사비의 '궁중에서 출생했다'는 내용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