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한국적 오페라임을 자부하는 창작 오페라 '직지'가 9월 22∼2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됐다. 이번 공연은 작품성 여부는 일단 접어두고라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오페라로 무대에 올린다는 기획 자체가 많은 화제를 모았다.
세계문화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데다 그것을 한국적 정서에선 아직 비대중적인 오페라로 연출한다는 점, 그런데도 국악을 바탕으로 판소리, 범패, 아리아, 합창이 한데 어우르진 한국적 오페라임을 강조한 점 등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서양음악이 아닌 국악으로 오페라를 끌어간다는 시도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이질적인 두 요소가 과연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그것이다. 직지 간행에 담긴 불교적 정신을 오페라라는 형식에 어떻게 담을 것인가도 난제였다.
일단 서양 음악의 정수라 할 오페라에 우리 음악을 접목시킨 노력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매회 공연마다 2천명 이상의 관객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메웠다. 특히 바라춤으로 막을 내린 3막에서 보여준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은 우리 음악으로도 오페라를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시켜 주었다. 음악전공자가 아닌 관객들로선 우리 음계로 만들어져 음악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음악과 드라마의 조화와 균형은 11월 청주 공연과 이후 순회공연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음악에 치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드라마적 요소가 빈약하다. 장면 장면은 볼거리로 충분하나 부드럽게 이어지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직지를 간행하게 된 배경부분인 1·2막과 주인공 묘덕이 출가해 직지 간행을 결심하는 3막, 청주 흥덕사에서 직지를 제작하는 4막 사이에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점이 흠으로 지적된다. 관객이 보기엔 1·2막에서 묘덕과 정안군, 묘덕과 허숙의 사랑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갑자기 3막으로 넘어가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때문에 관객은 목판으로 간행된 직지를 '왜' 금속활자로 다시 찍어냈는지에 대한 궁금점을 풀지 못한 체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몽고의 침략이라는 민족 수난시대에 직지를 만들게 된 과정, 그 속에 담긴 정신을 담아낸다는 기획의도는 안내 자막을 통해서나 읽을 수 있다.
1·2막에서 관객을 끌어 당기는 흡인력이 약한 것도 극 전체의 긴장을 떨어뜨린다. 아울러 공연중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거나 자리를 옮기는 등 성숙하지 못한 관람태도는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권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