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백순실(49)은 동다송(東茶頌)이라는 제목의 연작으로 차의 향기에 담긴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가는 작가다. 그가 4년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11월 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인사동 학고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동다송-생성과 명상'. 100호 크기의 대작 10점을 비롯해 최근작 소품 22점 등 모두 32점을 출품한다.
백씨가 동다송이라는 주제로 십 수년 동안 작품을 그려온 것은 바로 차와 인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유난히 차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백씨는 일지암 주지 여연 스님과의 만남으로 다도가 생활이 되었고 곧 그림이 되었다.
동다송 하나에 매달리기 시작한 지 20여 년. 그 동안 그의 동다송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처음에는 의도적인 선들을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차 잎이나 차밭의 풍경 등을 자연추상적으로 그렸습니다. 그런데 4년 전부터는 안으로 스며든다고 할까, 내면의 성찰을 표현하는 심상적 풍경으로 바뀌었습니다. 점점 기호화되고 그러면서 붓질도 더 힘차고 경쾌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더 단순하게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 또 생겨납니다."
단순화할수록 깊어 가는 내면을 반영하듯 이번 전시회 출품작들엔 흰색, 청색, 적색, 갈색 등 4가지 색깔만이 쓰였다. 흑갈색의 차분한 바탕 위에 차 잎과 꽃, 뿌리를 상징하는 생성의 이미지들이 크고 작은 선들로 생동감있게 표현되어 있다.
권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