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말 등장하는 간화선은 화엄을 수용하기보다는 비판하는 데서 출발했다." 인경(동국대 강사) 스님이 '보조지눌의 집중적 탐구'를 주제로 열린 보조사상연구원의 제12차 정기학술회의에서 이 같이 주장해 주목된다.
인경 스님은 '화엄 법계연기설과 간화선 사상'이라는 논문을 통해 "화엄과 간화선은 언어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며 "화엄의 경우 언어로 나타나는 의미 체계를 중시하는 반면 간화선은 그 의미 체계를 뛰어 넘고 있다"고 말했다.
인경 스님에 따르면 보조 스님은 <화엄론절요>에서 의미 체계를 중시하는 화엄의 입장에 대해 '그런 태도로 관(觀)할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은 한낱 장애 일뿐 관(觀)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인경 스님은 "보조 스님이 내세운 간화선 특징으로 마음의 장애를 없애는 도구적 기능, 진리를 분별과 사고의 과정 없이 직시하는 현량적 기능, 의미 체계를 뛰어 넘는 메타언어적 기능 등이 있다"며 "이것은 실참수행으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간화선의 수행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강건기(전북대) 교수의 '직심직설의 사상과 체계' 등이 발표됐고, 법산(동국대 교수) 스님, 도업(동국대 교수) 스님, 최병헌(서울대) 교수 등이 토론에 나섰다.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