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환경·종교·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명 '생태 기행'이 유행병 처럼 확산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 되는 시점에서 시민들이 느끼는 위기 의식이 그만큼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생태기행 전문가들은 생태기행을 '시민들이 자연생태계 탐방을 통해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고, 생태 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환경문제 해법에 일조할 수 있도록 하는 작은 규모의 교육여행'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생태기행은 흔히 대자연을 교실로 하는 열린 교육이며, 교실 밖의 교육으로 불리운다. 자연을 즐기는 것보다 배우고 보전하는 쪽에 초점을 맞춘 지적이며 비판적인 환경운동의 한 방편이 되고 있다. 생태기행은 동·식물 관찰을 통해 자연과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는 체험학습과 심신수련의 방편이자 자연과 산업, 보전과 개발의 심각한 갈등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모색인 것이다.
지난 7월16-17일 1박2일간 남원 실상사 및 지리산 일대에서 두레생태기행(회장 김재일)과 실상사(주지 도법)가 한국환경민간단체진흥회 후원으로 개최한 '생태적 시각으로 지리산 돌아보기'란 주제의 제2회 전국 생태기행 지도자 워크숍은 그 동안의 생태기행 사례와 정보를 나누고, 지속가능한 방안으로 생태기행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번 워크숍에서 전국에서 모인 120명의 생태기행 지도자들은 토론과 지리산 탐사활동을 벌이고, '생물 분류학적 호기심보다 생명에 대한 존중이 우선돼야 한다'는 등 야생화·나무·숲·물고기·곤충·조류·해양 등 분야별로 생태기행 '탐사지침'(표)을 마련했다. 특히 참가자들은 지리산댐 건설 예정지를 찾아 현장답사를 실시하고 자연생태·역사문화·지역정서적 측면에서 댐 건설 백지화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한 후 '생태계와 문화유산의 보고를 파괴하는 지리산댐 건설계획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참석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는 지리산이 가지고 있는 생태·역사·문화·종교 등 제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총체적 조사작업을 거치지 않고, 정치논리와 단기적인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한 지리산댐 건설계획을 즉각 백지화 하라"고 주장하고, 지리산댐 백지화 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결의했다.
이틀간 실상사와 댐 건설 예정지인 함양군 문정면 일대에서 7개 분과별로 탐사활동을 벌인 참가자들은 "지리산의 넓고(약 1억3000만평) 울창한 숲에는 연간 500만명의 탐방객이 몰리지만 인간보다는 야생 동·식물의 땅"임을 재확인했다.
탐사팀은 우리나라 생물종의 30%가 서식할 정도로 생태계의 보고인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의 생태계가 더 이상 파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올벗나무·사향나무·하늘다람쥐·반달가슴곰·수달·소쩍새·올빼미·새매·재두루미 등 천연기념물과 나무발발이·삵꼬치레도룡뇽 등 세계적인 희귀동물들을 비롯 식물 824종·포유류 39종·조류 89종·양서류 9종·파충류 11종·어류 21종·곤충류 1813종이 서식하는 지리산 기슭에 대규모 댐을 만들 경우 중산리 계곡과 달궁계곡 등 수려한 계곡이 자취를 감추는 것은 물론 안개 일수의 증가와 일조량 감소 등 이상기후를 초래해 지리산 생태계가 크게 파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두레생태기행 김재일 회장은 "지리산은 낙동강, 섬진강, 영산강 등 유수의 강을 거느리면서 한반도 남부의 비옥한 곡창지대를 연출해 내고 있는 민족의 젖무덤"이라면서 "민족문화·생태계의 보고요, 우리 역사의 산 현장을 댐으로 수몰시켜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남원=김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