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티베트와 티베트 문화에 대한 관심이 붐을 이룰만큼 높아가고 있지만 실제로 관심에 비해 이해 수준은 아직 낮기만 하다. 달라이 라마의 성자적 이미지와 티베트 문화의 신비적 분위기만 기억할 뿐 그들의 역사와 종교, 문화에 대해선 교과서적 지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바로 이런 때 티베트인들의 삶과 종교를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문화행사가 준비되고 있어 한국의 불자들에겐 소중한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월 29일부터 10월 22일까지 고양시 호수 공원 내 국제 꽃 박람회 전시장에서는 '신비의 불교 성지 티베트 문화 대제전'이 열린다. 외교통상부와 주한 중국대사관, 종단협의회, 중국 CCTV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대제전에는 중국 민족궁 박물관과 소수 민족 박물관, 티베트 라사 박물관에 소장중인 320점의 보물이 전시된다.
전시품 가운데 '티베트 채색 대관'은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탱화로 기네스 기록에 오른 이 탱화는 길이가 618m, 무게만도 1톤에 달하는 초대형 탱화다. 금, 은, 진주, 마노석, 산호, 송이석 등의 진귀한 광물 보석과 티베트의 약초 등을 사용해 300여명의 라마승이 4년에 걸쳐 제작했다. 티베트 민족의 역사 뿐 아니라 티베트 불교와 각 종교의 유래, 전설, 천문학 등 종교, 문화, 생활 등 모든 면을 망라해 하나의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달라이 라마가 공양을 올릴 때 사용하는 도구인 '만찰'도 눈에 띈다. 고승의 두개골을 그대로 사용해 만들었다. 이밖에 16세기 은으로 제작한 '천수천안관음상' 등 전시품 하나하나가 국내에선 보기 힘든 것들이다.
티베트 문화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제자나 신도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다음 생에는 선행을 쌓아 부처가 될 것을 축복해주는 '마정수기' 의식을 비롯해 전통 악기 연주, 전통 차 시음, 색 모래 만다라 제작 시연 등을 볼 수 있다.
티베트 문화대제전 조직위원회 김계수 실장은 "일반인들에게 티베트라고 하면 막연하게 성스럽다, 신비스럽다는 느낌으로만 다가오는게 사실"이라며 "이번 문화대제전은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도 열악한 히말라야의 자연 환경속에서 이룩한 독특한 생활방식과 그들만의 문화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대제전은 중국 정부의 후원으로 이루어져 티베트의 모든 것을 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혁 홍보과장은 "아무래도 티베트 문화 가운데 중국 정부에서 인정하고 있는 부분만 보여 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티베트문화대제전과 더불어 티베트 망명정부를 다룬 영화 '쿤둔'도 애초 달라이 라마가 방한하기로 한 11월에 맞춰 개봉이 추진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스크린 어드밴처 정인엽 감독이 수입을 추진하고 있는 이 영화는 달라이 라마의 탄생에서부터 중국 공산당의 핍박을 피해 인도에 망명정부를 세우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외교 문제 때문에 달라이 라마의 연내 방한이 불투명한 시점에서 중국 공산당의 불교사원 파괴와 티베트인들의 학살 장면 등이 담겨있는 이 영화가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같은 우리 사회의 티베트에 대한 관심에 대해 티베트 불교 전문가인 주민황(동국대 인도철학과) 박사는 "달라이 라마의 강연록을 비롯한 티베트 관련 서적의 출간, 티베트 불교 예술전 개최 등 티베트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단순한 호기심 충족차원에서 벗어나, 불교문화를 폭넓게 이해하고, 적극적인 불교포교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불교계의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