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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사 성보박물관 특별전 '깨달음의 길을 간 얼굴들'
우리나라 불교 역사속에서 활동했던 뛰어난 수행자들의 초상을 한자리에서 감상하고, 예배와 신앙의 대상으로만 알고있던 고승 진영을 새롭게 이해하는 뜻깊은 전시회가 열린다.

직지사 성보박물관(관장 흥선)이 사찰박물관이라는 특성을 살려 100여점의 고승 진영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특별전 '깨달음의 길을 간 얼굴들'을 마련했다.

10월 1일~11월 2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 96년 개관이후 직지사 성보박물관이 처음여는 특별전으로 전국 사찰에 산재해 있는 고승진영 94점과 사명대사의 금란가사와 장삼 등 고승들의 유품과 관계자료 19점이 선보인다.

고승 진영은 불교사를 수놓았던 뛰어난 수행자들의 초상화인 까닭에 한 사찰의 정통성이나 사격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오랫동안 예배와 신앙의 대상으로 전해 내려왔다. 그러나 절집 특유의 비개방적인 분위기와 잦은 문화유산 도난과 훼손 문제 등으로 일반에 소개될 기회는 사실상 찾기 힘들었다.

고승 진영은 집안 어른의 영정이나 위패와도 같은 것이다. 즉 신앙의 대상이기 때문에 일반 미술품과 달리 이리 저리 대여되거나 모으기가 힘들고, 일반인뿐만 아니라 스님들에게도 쉽게 공개되지 않는 사찰의 비보(秘寶)로서 지금까지도 일년에 한번 스님의 제삿날인 기일, 또는 다례 때에나 볼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이같은 어려움을 넘어서 종단과 문중이 다른 전국의 사찰에 두루 협조를 구해 어렵사리 성사된 귀한 자리다.

관장 흥선 스님은 "진영이란게 얼핏보면 비슷한 것처럼 보여도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풍모가 다 다르다"며 "지금의 불교를 있게 한 고승들의 정신·삶과 만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다시 보기 어려운 진영들과 처음 공개되는 진영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더욱 주목된다. 일본 고산사가 소장하고 있는 원효스님과 의상스님의 진영이 사진으로나마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15세기 우리나라 원효와 의상의 진영을 보고 모사했다고 전해지는 이 두 진영은 학자적인 모습의 의상과 막힘 없는 보살행을 행했던 원효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게다가 국내 남아있는 진영이 대부분 18∼19세기에 조성된 것들이라 15세기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다.

고려 대각국사 의천스님의 진영과 금란가사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금란가사는 고려 선종이 내린 하사품으로 가사 중앙에 해와 달을 상징하는 세 발 달린 까마귀와 토끼가 수놓아져 있고, 주변의 작은 조각에 불보살 경전 이름을 장식했다.

이밖에 현존하는 진영 가운데 가장 오래된 동화사 보조국사 지눌과 사명대사의 진영이 선을 보이며, 조사신앙의 한 형식을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직지사 조사탱과 사실주의적 화풍으로 그려진 김룡사 소장 고승진영 5점도 만나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전시회와는 달리 현대 설치미술 같은 느낌이 들도록 한 전시기법도 돋보인다. 벽면에 단순히 걸어 놓는 형식이 아니라 바닥에 사각기둥을 설치해 기둥 안에 조명을 설치했다. 그 앞에 두른 흰 천을 통해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빛을 통해 진영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분류방식에서도 과감함이 엿보인다. 시대순이나 소장처별 나열이 아니라 다양한 분류방식을 도입해 고승 진영의 풍부한 세계를 읽을 수 있게 했다. 한 스님이 동일하게 그려진 경우와 다르게 그려진 경우, 의좌상 , 독좌상, 군상 등 다양한 진영의 표현방식을 직접 비교할 수 있게 전시했다. 전시장 외벽에 설치된 클로즈 업 패널 모음은 진영의 얼굴부분만 한군데 모아 놓은 것으로 이번 전시의 핵심을 한 눈에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동안 고승 진영은 우리나라 전통초상화의 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미술사학계에서 충분한 관심과 조명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하는 직지사 성보박물관 이요운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나라 고승 진영의 다양성을 확인하고, 고승진영이 흥미로운 우리 문화유산의 일부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054)436-6009

권형진 기자
200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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