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과 신행은 하나인가, 별개인가? 불교학 전공교수들이 교계 현실에서 개선되기를 희망하는 점들은 무엇일까?
우리 나라 불교학의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여 [불교학과 신행]을 주제로 워크샵을 개최하고 포교원 관계자들과 기탄없는 의견을 교환했다.
조계종 포교원 주관으로 6월 26일부터 1박2일간 해인사 홍제암에서 열린 이번 산사의 만남에는 강릉대 경북대 전남대 전북대등 전국10여개 대학에서 20여명의 교수와 조계종 포교부장 상운스님, 포교국장 주경스님등이 참석했다.
워크샵의 첫 발제자로 나선 전북대 철학과 강건기교수는 "불교가 지적인 작업에만 머물러서는 말이 끊어진 깨침의 세계를 온전히 전할수 없다"며 "믿음과 이해를 함께 하는 신해상겸(信解相兼)이야말로 불교를 학문적으로 공부하는 자세로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 번째 발제자인 서강대 종교학과 길희성교수는 자신의 종교가 개신교임을 밝히면서 "대학에서 하는 불교학은 어디까지나 학문이지 포교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면서 "그러나 인간의 내면적 세계를 다루는 불교학이 신행과 완전히 무관할 수는 없으며 궁극적으로 한 인격체내에서 어떤 형태로든 통합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벌어진 '종단에 대한 이해와 의견수렴' 시간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봇물처럼 쏟아 졌다.
강릉대 철학과 이호근교수는 "서양철학은 세분화되어 있는데 비해 불교학은 주로 인도불교사 등 불교사쪽에 치우쳐있다"면서 종단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줄것을 기대했다.
충북대 철학과 정호영교수는 "장기적 안목에서 선지식의 법문 시청각자료나 불교 관련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보관하는 불교도서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충남대 철학과 이평래교수는 "대부분의 불교신자가 관혼상제 등의 의식을 유교식으로 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통과 의례를 제정해서 불교를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호응을 얻었다.
또 N세대 포교를 위해 경전의 한글화를 가속화하고 한글 예불문이 사찰법회에서 널리 사용 될수 있도록 스님들이 앞장서 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문화재관람료를 내는 사찰에서는 관람 객들에게 불교를 홍보할수 있는 책자를 나눠주자는 의견이 제시됐으며 해외유학생 포교활성 화에도 관심을 갖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밖에 관음재일 지장재일 등이 평일인 경우가 많으므로 주일법회를 활성화하고 도심사찰의 경우 셔틀버스를 마련해 신도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방안도 나왔다.
그리고 생활 전반에 걸쳐 방향을 제시할수 있는 불자지침을 종단차원에서 마련하자는 의견도 설득력있게 제시됐다. 이번 워크샵은 대학 일선에서 불교학을 가르치고 있는 전공자들의 모임이라는 점에서 불교학 발전과 기여할것으로 보이며 조계종에서 직접 주관했다는 점에서 전공자들과 종단간의 의사통로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종교나 종파가 다른 불교학자들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조계종의 입장을 반영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포교원 포교국장 주경스님은 "앞으로 모임을 정례화하고 제시된 의견들은 가능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