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현대극장의 뮤지컬 '팔만대장경'(김의경 작, 김우옥 연출)이 해외 순회 공연을 앞두고 지난 6월 16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기념무대를 가졌다.
불심(佛心)으로 국난을 극복하려는 선조들의 의지와 그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팔만대장경'은 해외공연에 앞서 음악과 연출, 스토리와 출연진 등 상당부분을 교체, 보완해 지난해 11월 국내 초연때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정통뮤지컬을 추구했던 초연 때와는 달리 음악에 대중적인 요소를 많이 가미하고, 초연때 비해 이야기전개를 단순화 한 대신 산적떼의 의적 출연, 몽고진영의 풍경, 결전장면 등에서 극적 재미를 최대한 살렸다.
특히 뒤편으로 15도 정도 솟은 무대와 그 양쪽으로 부처님과 사천왕이 그려진 세 개의 대형기둥은 관객으로 하여금 극적 긴장감을 더하게 한다. 또 기울어진 무대 중앙에서 뱃머리 모양이 솟아 올라 금새 침몰할 듯 움직이는 수송선을 표현하기도 하고, 마지막 무렵에 다다라서는 무대 양옆의 기둥은 팔만대장경 판각으로 전환되어 무대 전체를 팔만대장경으로 장엄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 한다. 또 장경제작의 성공을 위한 기원제에서는 승무, 연등, 북을 이용한 법고춤 등을 동원해 불교적 정서를 전달하는데도 신경을 썼다. 10년이 넘는 판각과정의 어려움은 판각을 들고 추는 상징적인 무용으로 표현했다. 지난 공연에서 약점으로 지적됐던 마지막부분의 몽골군과의 전투장면은 현란한 조명과 무대 앞뒤를 오가는 동선 넓은 연출로 한층 긴박하고 처참한 전란의 상황을 묘사해 냈다.
이같은 다양한 볼거리에 비해 비수와 묘화, 만전의 사랑에 중점을 둔 전반부 전개가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려 아쉬움으로 지적됐고, 반면 후반부 산적떼의 등장, 폭풍을 만난 수송선, 몽고군과의 전투, 봉안식 등은 박진감 넘치는 무대로 관객의 갈채를 받았다.
이은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