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300년 전의 신라로 시간 여행을..."
`가상현실(Virtual Reality)'기법을 활용, 통일 신라의 수도 서라벌 모습을 디지털로 복원, 현실처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문화와 최첨단 과학을 접목시킨 주제영상 `서라벌의 숨결속으로!'가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주제영상이 상영되는 사이버 영상관은 국내 최초로 651명이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가상현실 전용극장이다.

가상현실은 `현실은 아니지만 컴퓨터를 이용해 현실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공의 세계' 즉 오감(五感)으로 느끼면서 실제상황 속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컴퓨터가 만들어 낸 실시간 3차원 입체 영상세계를 말한다.

가상현실은 주로 항공 조종훈련, 핵발전소 통제, 가상빌딩 등 군사 및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미국, 일본, 이탈리아, 벨기에 등 4개국 5개 기업체만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가상현실을 실현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과학기술원(KIST) 영상미디어 연구센터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엑스포 조직위원회가 KIST와 함께 70억원을 투자해 만든 주제영상은 기획부터 콘텐츠 구성까지 장비를 제외한 모든 과정이 국내 기술로 이뤄졌다.

또 이 영상관은 은(銀)을 입힌 초대형 라운드스크린(가로 27ｍ, 높이 8ｍ)이 설치돼 관람객들이 영상에 몰입할 수 잇도록 돕고 새의 지저귐, 물 흐르는 소리, 봉덕사의 신종 소리 등을 24개의 대형 스피커를 통해 8개채널 서라운드 입체음향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꽃향기와 밥내음 등 냄새까지 느낄 수 있다.

관람석 바닥에는 저음을 소화하는 스피커가 설치돼 천둥소리가 날 때에는 의자가 떨리는 진동을 느끼도록 돼 있다.

오른쪽 팔걸이에 붙은 화면조작 단추를 사용해 물체를 가까이 멀리, 오른쪽과 왼쪽으로 자유롭게 움직여 볼 수도 있다.

대형 스크린에 복원된 서라벌은 실측, 탐사, 촬영, 고증, 감수를 통해 수집된 자료를 기준으로 제작됐고 가로 40㎞, 세로 52㎞의 지형은 현재의 경주를 위성촬영한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새벽 남산에서 부터 월성교를 건너 왕궁과 안압지, 황룡사, 첨성대, 석굴암 등 1천300년전의 서라벌 모습을 저녁까지 하루 동안 둘러보는 여행 코스로 제작됐다.

내용구성은 `어둠속에서 빛으로 탄생하는 신라', `서라벌에 들어섬'(월정교, 월성), `신라의 문화 만남'(왕경대로, 안압지), `신라의 자부심'(황룡사 9층목탑), `신라 불교와의 만남'(석굴암1), `신라의 정신세계'(석굴암2), `우리 문화의 황금기 신라' 등이다.

석굴암의 경우 실제 석굴암의 3차원 스캐닝을 통해 석굴암 내부 및 빛의 조화까지 정밀하게 재현했다.

특히 안압지에서 무리지어 등장하는 나비떼는 마치 연못을 빠져 나와 영상관 내부를 날아다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입체영상과 인터랙티브 스테레오 기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40여개의 골짜기와 산줄기 사이로 100개가 넘는 절과 61개의 석탑, 78개의 석불, 바위마다 새겨진 불상이 자리잡은 남산의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날 때면 진한 솔잎 향기를 맡을 수 있다.

14분간 상영되는 주제영상은 행사기간 내내 하루 18회 정도 상영되며 대입수험생을 위해서 11월18∼26일까지 특별 개관한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번 엑스포에 처음으로 시도된 가상현실 기법을 이용한 주제영상은 문화재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컨텐츠 및 데이터 베이스 축적 등으로 향후 사이버 박물관, 미디어 예술공연 등 정보.문화산업의 기술발전은 물론 관련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0.09.02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