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을 맞아 각종 교육기관들이 일제히 문을 여는 요즘, 신입생을 모집하며 개강을 준비하는 독특한 학교가 있다. 바로 범음·범패를 지도하는 학교들이다.
이들 학교는 비록 제도 교육에서의 학교와는 내용과 형태가 다르지만 불교의식에 필요한 음악과 무용의 이론과 실기를 지도하며 오늘날 불교문화의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오고 있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아주 크다. 특히 이들 범음대학은 스님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문을 개방하고 있어, 불교전통문화와 불교의식을 공부하려는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범음대학의 원조격인 영산재보존회 부설 범음대학은 사라져가는 불교의식을 보존하기 위해 1969년 결성된 옥천범음회를 모태로 지난 94년 창설됐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범음범패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이곳은 무형문화제 제50호 영산재 준보유자이자 학장인 구해스님을 비롯해 교육보유자 일운, 기봉, 송강스님과 이수자인 인각, 동희스님이 직접 지도한다.
3년 과정의 범음대학은 1학년 상주권공, 2학년 각배, 3학년 영산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과정을 이수한 후에는 연구반에 입학해 짓소리와 안차비를 중심으로 보다 심도있는 범음범패의 과정을 배우게 된다. 또한 졸업 후 영산재보존회의 준회원 자격이 주어져, 각종 공연과 행사에 동참할 수 있다. (02)392-3234
중앙승가대학교에서 운영하는 불교의식 전문교육기관인 조계종어산작법학교도 어산과 작법과 불전의식과에서 전통 불교의식을 지도한다. 1년 과정인 어산과는 범패, 신중작법, 시련, 대령, 관욕, 시식, 상주권공 등을 공부한다. 6개월 과정인 작법과에서는 바라무와 착복무 등을 지도하고, 도량석과 각종 시식, 예경 등 제반 의식은 불전의식과에서 집중적으로 배운다. 이밖에 불교의식과 불교문화예술 장엄, 한글의식 등에 대한 이론교육도 병행한다. 조계종어산작법학교는 조계종 스님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일반인도 원하면 누구나 공부할 수 있다.(02)921-3425
해동불교범음대학은 기본과정(3개월)과 중급과정(3개월) 작법반(6개월), 신행과정(1년)으로 나누어 교육을 진행한다. 기본과정에서는 사물(법고, 운판, 목어, 범종) 다루는 법부터 도량석, 상단예불, 불공시식 등을 배우게 되며, 상주권공과 신중작법, 관음시식 등은 중급과정에서 배운다. 작법반에서는 요잡바라, 천수바라, 도량게, 다게작법 등을 배우게 된다. 특히 일반인들을 위해 야간반과 통신교육도 병행하며, 초심자라도 불교전통의식을 봉행할 수 있도록 지도해 준다.(02)741-0495
그밖에 불교교양대학인 동방불교대학에서는 범패과를 별도로 두어 범음 범패에 관한 이론과 실기를 지도하고 있다.(02)763-0229
영산재보존회 부설 범음대학 사무처장 법운스님은 "범패를 배우는 일이 쉽지 만은 않다. 상주권공 16곡만 전수하는 데 3년이 걸린다."면서 "하지만 승속을 막론하고 보다 많은 이들이 우리 전통 불교문화에 관심을 갖고, 이를 보존하고 연구하는 일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은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