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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자들 '종교 권력적 속성' 비판
"종교는 권력이다. 그 영향력에 걸맞은 비판이 필요하다."

소장 종교학자들이 우리나라 종교가 지나치게 권력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진단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장석만(서울대 강사).이진구(서울대 강사).조현범(한신대 강사).김종찬(전 불교신문 편집국장)씨 등은 계간 학술지 '당대비평' 최근호에서 불교.개신교.천주교등 주요 종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씨는 '개신교와 성장주의 이데올로기' 라는 글에서 개신교를 집중 비판했다.

그는 "개신교는 급속한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경제분야의 재벌과 같은 '맘모스 교회' 를 탄생시켰으나, 그 과정에서 '팽창' 과 '승리' 를 강조하는 권력적 속성을 지니게 됐다" 고 분석했다.

그 결과 대형 교회가 교세를 과시하고 권력을 강화하는 이익단체의 성격을 지니게 됐고, 담임목사의 절대적 영향력 하에 가부장제 질서로 운영되는 전근대적 모습을 보이게 됐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같은 권력화 현상을 막기위해 "교회가 '자발적 가난(homelessness)' 을 받아들이고 교회내 권력을 해체하는 작업을 펼쳐가야 한다" 고 강조했다.

김씨는 '불교계, 종단 권력의 정치학' 이란 글에서 불교의 권력화 현상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지적했다.

김씨는 불교와 승려의 세속화를 '국립공원제 시행으로 급격히 늘어난 부(富)' 의 유혹으로 설명했다. 승려들이 수행보다 개인 재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함으로써 승려 개인의 세속화와 종단의 권력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같은 불교계의 문제점은 정치권력에 의해 조장돼 왔다" 는 점도 강조했다. 정치권력이 승려와 불교계의 문제를 묵인하면서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돼 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불교계를 정치승들이 주도하게 되고, 종교의 권력화 현상이 심화돼 왔다는 분석이다.

조씨는 '한국 천주교회의 빛과 그림자' 라는 글에서 천주교를 비판했다. 그는 먼저 일제 하에서 천주교가 신자들에게 신사참배를 권장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한국 천주교회도 교황 바오로2세의 '용서의 날 미사' 와 같은 과거사 반성을 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조씨는 이어 "천주교는 1970, 80년대를 거치면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는 모습으로 사회적 신뢰를 받았으나, 최근 교회의 도시화와 도시교회의 비대화에 따른 성직자의 관료주의와 권위주의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또 천주교의 보수화와 여전한 성차별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천주교는 평신도를 비롯한 아래로부터의 개혁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한편 장씨는 '한국 종교, 열광과 침묵 사이에서'라는 글에서 "한국에서 종교집단은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집단이면서도 별로 견제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위험성을 지닌다" 며 한 교회 신도들이 MBC의 보도에 불만을 품고 주조정실까지 점거했던 사건을 위험성의 한 예로 들었다.

장씨는 이어 "종교집단이 그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비판을 받지 않았던 것은 두가지 잘못된 인식탓" 이라고 강조했다.

즉 "종교를 비판해 봤자 손해만 본다" 는 체험적 지혜와 "종교는 거룩한 것이기에 감히 얘기해선 안된다" 는 잘못된 종교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장씨는 끝으로 "종교가 지닌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건전한 비판이 반드시 필요하다" 며 "학자들의 소신있는 비판이 이어지길 바란다" 고 덧붙였다.

2000.08.31 중앙일보
200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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