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 공간에 자리한 부처. 서예적인 붓놀림 대신 함축적 색면으로 선의 깊이를 전해준다.
2월 21~28일 서울 관훈동 갤러리 아트사이드(02_725_1020)에서 선보이는 손연칠씨(53 동국대 교수)의 개인전.
마치 서양화가의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형식과 내용 모두 동양적, 불교적 맥을 잇고 있다. 그래서 '불화의 현대화'라는 호평을 얻고 있다.
전시 주제는 탄생에서 열반에 이르는 부처의 행적을 8가지 장면으로 압축한 팔상도(八相圖).
하지만 전통 탱화와는 달리 구체적인 형상은 떨쳐내고, 작가의 체험적 사유만을 드러낸 독특한 반추상 작업이다.
부처가 모체에 입태하는 탄생 과정은 요원한 진리의 불길로 표현했고 깨달음의 순간은 한가운데 금박 오브제를 덧붙여 극도로 단순화 시켰다.
수도, 전법(傳法), 화엄, 열반 등도 간결하고 긴장감 넘치는 색면으로 구성했다. 출품작은 2.7m짜리 대작을 포함해 모두 20여점.
작가는 "부처를 '똥막대기'에 비유한 선승도 있었다. 형상을 파괴를 의도한 게 아니라 오늘 우리 시대에 걸맞는 적절한 표현 방법을 모색한 것"이라고 말한다.
30여년간 불화 연구에 몰두했던 작가는 한동안 일본 냄새가 풍긴다고 금기시해온 고려불화의 금박기법, 그리고 동판에 유약을 바르고 구워내는 칠보 기법을 과감하게 사용했다.
강우방 이화여대 교수는 "채색이나 기법에서 현대적 성격을 처음으로 반영, 감로탱(부처의 가르침을 그린 불화)의 양식 변화에 큰 전환점을 제시한 셈"이라 높이 평가했다.
문화재 전문위원을 역임했던 손 교수는 의상대사 성삼문 허난설헌 양만춘 표준영정을 제작했고 88년 송광사 대웅전 및 90년 불국사 무설전에 불화를 그리기도 했다. 80년 불교미술대상전 종정상을 받았고, 개인전은 95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2001.2.21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