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장구는 음률이 없는 타악기이기 때문에 독주회를 하기는 부적합하다고 여기지만 사물 가운데 독주를 할 수 있는 악기는 장구뿐입니다. 인간의 모든 감정을 장구 하나로 표현해 볼 생각입니다"
오는 4월 5-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장구인생 45년만에 첫 독주회를 갖는 김덕수(49)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첫 독주회를 갖는 감회를 이같이 표현했다.
5살 때인 지난 57년 아버지를 따라 남사당 무동(舞童)으로 처음 예인의 길에 들어선 김덕수는 78년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김용배, 최종실 등과 함께 꽹과리, 장구, 징, 북으로 구성된 '사물놀이'를 처음 선보인 뒤 전세계적으로 히트시킨 장본인.
그간 독일 드레스덴과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등 전세계 50여개국의 주요 도시에서 3천600회 이상 공연한 김덕수패 '사물놀이'는 가는 곳마다 현지 음악계의 극찬을 받으면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전파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런 그이지만 음률이 없는 장구라는 악기의 특성상 '사물놀이' 이외의 연주회, 특히 독주회는 아직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김덕수는 이번 독주회를 갖는 의미에 대해 "한 번은 음악 속에서 혼자가 돼 자유로운 장구 표현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거문고, 가야금, 대금산조 다 있는데 첼로산조, 기타산조는 왜 못합니까. 장구산조도 마찬가지예요. 장단이 모여 가락을 이룰 수 있으므로 장구산조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길고 짧은 장단은 높낮이가 있는 가락에 비해 정서의 표현이 모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덕수의 이번 독주회는 다분히 모험적 시도라 할 만하다.
그는 "산조가 곧 기악곡이라는 상식을 깨는 시도"라며 "이번 연주를 위해 조상님께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 1부에서 김덕수는 40여분에 걸친 '장구산조'를 통해 기악 솔로라는 기존의 산조 개념을 뛰어넘어 장구 장단만으로 풍물과 무속가락을 넘나들며 장구의 모든 것을 선보이는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연주를 들려 줄 예정이다.
2부에서는 일본의 정상급 재즈연주자인 야마시타 요스케(피아노)와 가네코 아스카(바이올린)와 함께 듀오 및 트리오 연주를 선보인다.
김덕수는 국내 공연에 앞서 이미 지난 16일 도쿄(東京) 아사이홀에서 성황리에 독주회를 마쳤다.
2001.3.27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