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문·사회 계열 연구자들이 불교를 연구 주제로 삼고 있지만, 불교 관련 연구 성과물을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분류·정리한 목록집이 부족해 이들의 연구 열기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과거 대원정사나 전국비구니회에서 5천여 건의 불교학 성과물을 색인한 목록집을 발간했지만, 동국대 불교학 자료실에 소장된 4만여 건의 단행본과 논문과 비교해 0.1%에 불과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902년부터 2000년까지 불교를 주제로 발표된 단행본과 석·박사 학위 및 연구 논문들의 목록이 수집·정리되고 있어 주목된다. 동국대 경주·서울 캠퍼스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철교 부장과 이동규 과장이 지난 20여 년 간 총 7만여 건의 자료를 수집·정리를 마치고, 막바지 교정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80년대부터 두 사람이 도서관이나 서점을 일일이 찾아가 수집·색인한 불교 관련 자료는 1902년 구한말 관청인 사찰관리서에서 발간한 <국내사찰현행세칙>부터 지난해 올 1월에 발간된 <백련불교논집> 10집과 <정토연구> 3집의 게재 논문까지 총 7만여 건에 이른다. 석·박사학위 및 일반 논문을 비롯해 저서, 전집, 화집, 도록, 연표, 사전, 보고서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색인 자료는 제목과 편·저자명, 출판사, 연도, 출처 등으로 정리됐다.
이를 다시 대장경과 같은 시리즈 목록, 개론, 교리(중관, 유식, 선, 정토 등), 경전, 불교사, 불교종파, 불교예술(탑, 불상, 건축 등), 불교음악, 고승 전기, 불교와 과학, 불교와 현대사상 등 80여 가지의 주제로 다시 분류했다. 이외에도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 해외에서 발간된 한국불교 관련 연구서들의 목록도 덧붙였다.
예를 들어 단일 인물 연구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원효(617∼686) 스님에 대한 7백여 편의 논문을 쉽게 찾아 볼 수도 있다. 또한 뉴욕 주립대 박성배 교수의 '원효 사상 연구'(79년·미국), 서울교대 은정희 교수의 '기신론소·별기에 나타난 원효의 일심사상'(82년), 정숙희 씨의 '각(覺)과 선성(善性)에 대한 교육학적 의미 : 원효와 루소를 중심으로'(85년), 김준경 씨의 '원효의 교판관 연구'(85년), 충남대 이평래 교수의 '신라 여래장사상 연구'(86년·일본), 법안 스님의 '원효의 화쟁사상 연구'(88년·미국) 등과 같이 발행 일시와 장소, 주제 등으로 원효 스님의 연구 경향 또한 읽어낼 수 있다.
이철교 부장은 "한 명의 학자가 모든 연구 성과물에 자유롭게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올 하반기에 완성될 목록집은 불교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자료 조사 과정을 단축시키는 데 일조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주제든지 연구를 시작할 때, 학자들이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것은 대학 및 일반 도서관에서 관련 자료를 찾는 서지학적 접근이다. 따라서 국내 불교학계의 연구 성과나 현황을 꿰뚫지 못한 타 전공 인문학자의 경우, 대부분 본 연구에 앞서 자료 조사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더욱이 불교 관련 학회나 연구소의 논문들은 단행본과 잡지와는 달리 대학과 일반 도서관에 납본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자료 조사 자체의 한계성까지 있어 왔다.
따라서 20여 년 간 진행된 이 작업은 한 세기의 불교 관련 연구 자료를 정리했다는 의미 외에도 불교학자의 전유물로 전락하기 쉬운 불교학 연구 성과물을 누구나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해 불교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장은 "1천여 쪽의 단행본 3권 분량에 해당하는 7만여 건에 대한 교정 작업은 올해 상반기까지 완료된다"며 ""불교학 총합 색인>(가칭)이라는 이름의 CD 타이틀로 우선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