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지역 문화 축제다. 그 중에서도 불교 문화 축제는 지역 문화 축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문화관광부 집계에 따르면 불교 문화 축제로 내세울 만한 지역 문화 축제는 전체 400여 건 가운데 약 20여 건. 하지만 각종 축제에서 범패 시연이나 연등제는 이제 일상화했다. 대구 갓바위 축제의 찬불가요 음악회나 단양 온달 축제의 연등제, 창원 시민의 날 기념 유등제 등은 불교 문화 행사가 종교 행사의 차원을 넘어 지역민이 함께 하는 화합의 행사로 승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올해는 하동 야생차 축제가 작년에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된 데 이어 무안 연꽃 축제가 하반기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됐다. 올해는 한 번쯤 지역 불교 문화축제를 찾아 가슴으로 불심을 키워보자. 대표적인 지역 불교 문화축제를 알아본다.
하동 야생차 축제는 범패의 발생지이기도 한 경남 하동 쌍계사 일원에서 펼쳐진다. 하동 지역은 우리 나라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의 하나로 일명 작설차로 불리는 야생 죽로차의 특산지. 신라 흥덕왕 3년 김대렴이 당에서 차씨를 가져와 하동 지역에 처음으로 심었고 진감선사가 널리 보급시킨 차 시배지로 유명하다. 해마다 5월 중순경에 행사가 있으며 야생차 국제 학술세미나를 비롯해 차 제조과정 시연, 막사발 빚기 체험, 녹차 시음 및 예절 체험, 찻잎 따기 대회 등 차 관련 체험행사가 펼쳐진다.
만해 한용운 스님의 독립과 불교 개혁 정신, 문학혼을 기리기 위한 만해축전은 '만해학의 고향'이라고 일컫는 설악산 백담사에서 8월 15을 전후해 4일간 열린다. 99년부터 시작한 만해축전은 만해상 시상을 비롯해 불교 개혁 심포지엄, 전국 고교생 백일장, 만해축전 시인학교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특히 일반인 대상의 만해 시인학교에는 해마다 100여 명이 넘는 참석자가 몰리고 있다.
97년 시작된 무안 연꽃 축제는 올해 처음으로 문화관광부 지정 문화관광축제로 뽑혔다. 9월 2일부터 4일간 전남 무안군 일로읍 복용리 회산 연꽃방죽 일대에서 열린다. 그 동안 지역 문화 축제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동남아 국가들도 참여하는 국제적인 불교문화제로 키워갈 계획이다. 주요 행사는 불교문화제, 연꽃 가요제, 푸른 음악회, 풍물 길놀이 등.
한국의 다선으로 불리는 초의 선사의 삶을 기리기 위한 초의 문화제는 10월 25일 전후해 이틀간 전남 해남 대둔산 일지암 일대에서 벌어진다. 초의 선사가 40년간 주석했던 대둔산 일지암에서 초의 선사의 입적일인 음력 8월 2일에 맞춰 지내던 다례제를 92년부터 초의 문화제로 확대했다. 초의 선사 관련 학술강연, 휘호대회, 다례시범 등의 행사가 이뤄진다.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전남 화순 운주사에서는 96년부터 '운주 대축제'를 열고 있다. 대부분 축제가 봄·가을에 열리는 데 비해 11월초에 열린다. 단순한 볼거리 제공보다 운주사 천불·천탑과 와불에 얽힌 설화를 현대적 의미로 살려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와불 세우기, 천불·천탑 만들기, 만등불사, 운주사 사진전, 어린이 사생대회 등이 4일 동안 열린다.
해맞이 축제 가운데 해돋이 광경뿐 아니라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향일암 일출제다. 전남 여수 향일암은 전국 4대 관음기도처 가운데 하나로 많은 불자들이 찾는 사찰이다. 좌측에는 남해의 보리암, 앞바다에는 세존도, 우측에는 미타도와 관음동굴이 있어 향일암에서 보면 마치 하나의 도량을 이루는 듯하다. 천길 낭떠러지 위에 자리잡고 있는 향일암은 특히 해돋이 광경이 아름답다. 저녁 바다 위 달빛 또한 장관이다. 매년 12월 31일에서 새해 1월 1일 이틀간 진행되며 전야제 및 재야의 종 타종, 일출제 및 기타 부대행사가 마련된다.
권형진 기자
< 대표적인 지역 불교 문화축제 >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