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이 소를 타고 강을 건넌다. 고집 센 소는 장난꾸러기 소년에게 화를 내지만, 소년의 피리 소리에 금세 친구가 된다. 나뭇가지에 기대어 잠든 소년은 꿈 속에서 그만 소를 잃어버린다. 소년은 산 넘고 골짜기 건너 소를 찾아 헤맨다. 마침내 소년은 대나무 피리를 불고, 그 소리를 들은 소는 소년에게 돌아온다.
각종 영화제와 전문서적 등을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피리부는 목동'이 비디오로 출시됐다. 수묵화 애니메이션이란 독특한 기법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상하이 미술영화제작소의 테 웨이 감독 작품이다.
피리소리에 실린 소년과 소의 우정을 다룬 이 작품은 여백의 넉넉함 속에 담아낸 섬세하고 풍성한 감동과 정갈한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처음 선을 닦게 된 동자가 '본성'이라는 소를 찾기 위해 산중을 헤매다가 마침내 그것을 깨닫게 되는, 심우도의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피리부는 목동'을 보다 보면 움직임을 구성하는 그림 하나하나가 모두 수묵화라는 점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화선지 위에 붓으로 그린 뒤 다중촬영을 하는 기법으로 제작됐다. 화선지에 먹이 번져나간 자국이 그대로 살아 움직이고, 먹의 농담으로 표현한 세세한 움직임까지 잡아낸다. 노란 색으로 그린 새가 날아갈 때, 먹이 번진 테두리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만들어 내는 동작은 미국이나 일본의 화려한 애니메이션과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대사 한마디 없는 19분 21초 짜리 단편이지만 새소리, 물소리, 목동의 피리소리와 수묵화가 어우러져 수묵화 특유의 서정적 영상미를 만들어낸다.
63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제작된 지 18년만인 81년 도쿄 중국만화영화전에 출품되면서 '동양의 정서와 미술전통을 되살린 작품'으로 극찬받았고, 덴마크 국제 아동영화제 금상, 안데르센상 등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렸던 '서울 프리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 배급·판매원 씨네비디오. (02)747-8383
권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