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올해를 '지역 문화의 해'로 선포한 것은 지역간 문화 불균형을 해소하고 각 지역의 문화적 전통을 새롭게 조명해 재창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서다.
지금까지 지역 문화는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문화 전반에 걸친 중앙집중에 의해 '촌스런 문화' 쯤으로 치부된 게 사실이다. 거기에 더하여 급격한 산업화와 교통·통신의 발달로 지역 나름의 문화적 독창성을 제대로 유지하지도 못했다.
1월 4일 문화관광부와 '2001 지역 문화의 해' 추진위원회는 10대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자리를 갖고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한 바탕 그림을 제시했다. 18일부터 이틀간 대전에서 열릴 대토론회를 시작으로 지역 문화 컨설팅 지원 사업, 지역 문화현장 탐방, 지역 문화예술단체 활성화 지원, 향토문화강좌 상설 운영, 종합 웹사이트 운영 등을 올해 중점적으로 펼쳐 나갈 것이다.
추진위원회가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문화 컨설팅이다. 추진위는 3월까지 지역문화 컨설팅팀을 구성해 각 지역 문화 행사 기획과 운영, 홍보는 물론 문화공간 운영, 시설, 디자인 등에 대해서도 폭넓은 자문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시·군 단위 이하 지역에 대해서는 소규모 특성화 프로그램을 발굴, 전국적으로 100여 개의 사업을 선정해 지속적인 지역 문화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방침이다.
그러나 지역 문화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이 안 된 상태에서 제대로 지역 문화 육성이 이루어지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추진위는 18일 전국의 지역 문화 전문가와 활동가 100여 명을 초청해 지역 문화 발전방향에 대한 '백가쟁명'식 토론회를 열어 이후 정책 수립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짧은 기간에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또 지역 문화 현장탐방이나 소규모 특성화 프로그램 발굴·지원 사업과 관련해서는 원칙 천명 수준에서 한 걸음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사업 시행도 빨라야 3월부터 이루어져 출발부터 느슨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조계종의 경우 올해 봉축행사를 '지역 문화의 해' 사업과 연계해 추진 중이나 추진위로부터 "아직 구체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답변만 듣고 있다.
때문에 오히려 교계에서 먼저 지역 문화의 알맹이를 채워주는 일을 해 보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문화에서 사찰을 중심으로 한 불교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보면 더욱 필요성이 커진다. 각 지역 사찰의 특성에 맞는 문화행사의 개발은 문화포교의 활성화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축제 하나를 더 만드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타지역과 차별성을 가지면서도 지역민이 일상에서 향유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역 문화'로 뿌리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때 불교는 생활 속에 녹아들어 21세기에도 여전히 시대를 이끄는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권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