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재단(이사장 김욱한)이 지원하는 대우학술총서가 지난 83년 8월 「한국어의 계통」(김방한)을 필두로 2001년 1월 「해석의 갈등」(폴 리쾨르)을 냄으로써 500권을 돌파했다.
총서 500권 돌파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중심으로 수익성과는 거리가 먼 순수 학술분야에서 이룩한 성과라는 점에서 일본 이와나미 신서(岩波新書)나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플레야드 총서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업적으로 평가된다.
대우학술지원 사업은 83년 당시 대우그룹 회장이던 김우중씨가 200억원을 출자해 '취약한 국내 기초학문의 육성'을 기치로 내걸고 시작한 것으로 총서 발간은 이 사업중 하나였다.
지금까지 나온 총서 500권을 분야별로 보면 인문사회과학 124권, 자연과학 153권(이상 개인 연구업적), 공동연구 64권, 번역 153권, 자료집 6권으로 매년 30권 가량 나온 셈이다.
이 가운데 「한국지질론」(장기홍)이 1986년 한국과학기술도서상 저술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소립자와 게이지 상호작용」(김진의. 1987 한국과학기술 대상),「홍대용 평전」(김태준. 1987 한국출판문화상 저작상)을 비롯한 많은 책이 학술분야 우수 저작으로 평가됐다.
고급 학술서적을 지향한 이 총서는 500권이라는 수치 말고도 연구과제의 선정과 심사, 출판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학술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이룩된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값진 평가를 얻고 있다.
더욱이 이 총서는 이른바 순수학문중에서도 연구인력과 성과가 태부족인 언어학과 한국학, 물리학, 화학 분야에 지원을 집중했다는 점에서 우리 학문의 균형있는 발전과 성숙한 학문풍토 조성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대우학술재단은 기존에 계속해 오던 < 논저 > < 공동연구 > < 번역 > 말고도 앞으로 가칭 '대우고전총서' 및 '석학 연속강좌' 시리즈를 계획하고 있다.
고전총서로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철학의 원리(데카르트) ▲모놀로기온(안셀무스) ▲신앙과 지식(헤겔) 등이 올 하반기에 출판되며 2000년에 시작된 석학 연속강좌 역시 단행본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 학술사의 신기원을 이룩한 대우학술총서, 그리고 이를 지원하고 있는 대우재단은 앞길이 험난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재단의 뿌리인 대우그룹이 몰락하면서 예전과 같은 전폭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재단 관계자는 '재단 형편이 어려운 것만은 사실이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최근 몇 년째 힘겨운 구조조정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1.1.2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