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년(辛巳年), 다시 말해 '뱀'의 해다. 12 가지 띠 동물이 있지만 뱀만큼 극단적인 평가를 동시에 받는 동물도 없을 것이다.
우리 풍습에서 뱀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속담에도 "밤에 피리나 휘파람을 불면 뱀이 온다"라는 말이 있는데 뱀을 혐오 대상으로 그리고 있다. "실뱀 한 마리가 온 바다를 흐리게 한다" "조그만 실뱀이 온 강물을 휘젓는다"는 속담은 소인이 사회 전체를 흐리게 한다는 비유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다"나 "구멍에 든 뱀 길이를 모른다"는 말 역시 분명하지 않은 태도나 부정적인 인상을 풍긴다.
불경에서도 뱀은 애욕이나 유혹을 상징한다. <법화경> 등을 보면 "뱀은 유혹이요 애욕이다. 그는 제 몸을 그냥 드러내는 게 아니라 꽃나무 뿌리 밑에 숨어서 사람을 미혹시킨다" "뱀은 악업이 깊은 동물이라 그의 일생이 대단히 괴롭다"는 구절이 나온다. 경전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비바사론>에는 8대 지옥에 독사가 우글거리는 독사지옥을 포함해 중생들을 경계하고 있다.
한편으로 뱀은 한꺼번에 많은 알을 낳기 때문에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런 내용은 특히 제주도 무속신화에 많이 나타나는데, 뱀신인 부군 신령이 길에 웅크리고 있는 것을 모셨더니 금방 부자가 되었다든지, 부군 신령이 달아나자 그 웅크렸던 곳의 흙을 가져다 모셨는데도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할 정도다.
우리 사찰에는 십이지신상을 그린 벽화가 많이 전한다. 벽화에서 뱀은 무지한 중생을 교육하여 지혜의 등불을 밝혀주는 관자재보살로 나타난다. 뱀은 땅을 기어다니기 때문에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것을 빠짐없이 관찰할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과 근기를 모두 살펴 그들의 근기에 맞게 교육하는 것이다. 눈이 있어도 실상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실상을 듣지 못하는 중생들을 교육시킨다는 뜻이 담겨있다. 또 자기 꼬리를 입에 물고 있는 뱀 그림은 윤회를 상징하기도 한다.
권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