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화가 오승우(吳承雨.70.예술원 회원)씨가 내년에 국내 첫 건축회화 개인전을 마련한다.
오씨는 6월 9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미술관 전관에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13개국의 주요 건축물을 그린 작품 1백여점(80-100호)을 내거는 `적(蹟)-오승우의 동양 고건물전'을 개최해 아시아 건축미를 비교 감상하게 할 예정이다.
오씨는 "전통건축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소재로 한 작품은 막상 보기 드물었고 개인전을 여는 경우는 더더욱 없어 안타까웠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50년 가까이 해 온 고건축 회화작업을 한 차례 결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출품작중 한국건축 그림은 20여점으로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돈화문, 종묘, 수원성, 석굴암, 해인사 장경각, 법주사 팔상전, 금산사 미륵전, 통도사 금강계단 등이 줄줄이 나오게 된다.
전시작의 주류가 될 외국건축물 작품은 80여점을 선별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중국 베이징(北京)의 자금성과 이화원은 물론 만리장성 서쪽 끝에 있는 자유관, 티베트 라사의 포탈라 궁전,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일본 나라의 호류지(法隆寺)와 도다이지(東大寺) 그림이 포함돼 있다.
불교 분위기가 강한 집안에서 자란 오씨는 선친인 오지호(吳之湖) 화백의 권유로 20대 후반 불교 건축물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후 고궁으로 소재 범위를 넓혔다.
금산사 미륵전, 법주사 팔상전, 통도사 금강계단 등으로 국전에서 네 차례 입상한 그는 30대 중반까지 7년간 전국을 돌며 건축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국내에서 더이상 대상을 찾지 못해 건축물 그리기를 중단한 오씨는 1995년부터 눈길을 외국으로 돌려 동아시아 전역을 뒤지고 다녔다. 중국에서는 아예 1년여를 거주하다시피 하면서 캔버스와 씨름했다. 이번 전시작의 절반이 중국 그림인 것은 이 때문이다.
오씨는 "아시아 여러 나라를 돌아본 결과 건축물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일본밖에 없었다"면서 "나의 전시가 건축회화를 국내에서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개인전은 95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한국의 백산(百山)전'에 이어 6년만에 마련되는 것이다.
2000.12.20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