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푸른 외국인 지휘자와 잿빛 승복의 스님 소프라노가 한 무대에 서고, 현악과 피아노, 장구와 대금이 한데 어우러지고, 손가락 장애를 딛고 일어선 소녀 피아니스트가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출연하는 독특한 음악회가 열린다.
이 모든 것은 교계 유일의 니르바나 실내악단이 초파일을 한 달여 앞두고 정기공연과 봉축기념음악회, 자선음악회 등을 통해 준비한 것이다.
99년 창단이후 불교와 서양음악의 만남, 새 시대에 걸맞는 창작음악으로서의 불교음악 알리기에 힘써온 니르바나 실내악단은 지난해 평균 월 2.5회의 왕성한 연주활동을 펼치며, 음악을 통한 포교활동에 매진해 왔다.
올해 공연은 4월 1일 동학사 승가대학 주최로 대전 대덕과학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봉축기념음악회'를 시작으로, 4월 8일에는 대구 대덕문화전당에서 15일에는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제3회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또 4월 23일에는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노숙자가정을 위한 자선음악회'를 펼친다.
이번 연주에는 동유럽의 명 지휘자 안드레이 안드레예프(마케도니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를 초청해 로시니의 소나타, 비발디의 사계, 드보르작의 세레나데 등을 연주하고, 성악가 소프라노 정률스님, 오페라 가수 테너 윤승호씨, 젊은 불자 중창단 L.M.B 싱어즈 등이 참가해 동서양과 종교의 경계를 허무는 다채로운 무대를 꾸민다.
특히 매년 정기연주회때 마다 우리 전통음악에 기초한 창작음악을 선보여 온 니르바나 실내악단은 이번 연주에서도 피아노와 대금, 피리, 25현 가야금 등이 어우러진 창작곡 '일승월항(日昇月恒)'을 연주할 예정이다. 이곡은 길타령을 주제로 장구 장단에 따른 선율의 변주, 화성과 대위적인 기법으로 전통과 현대적 요소가 융해되는 과정을 표현한 것으로, 대전 국악관현악단 음악감독인 지원석씨가 작곡했다.
봉축기념음악회와 정기연주회에 이어 열리는 '노숙자가정을 위한 자선연주회'에는 선천성 손가락 기형을 딛고,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을 키워하고 있는 서울 주몽 중학교 3학년 이희아양이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제21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니르바나 실내악단 강형진씨는 "클래식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교계에서 정통 실내악단을 꾸려 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우리 불자들이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가운데 안목이 높아지고 그것이 다시 수준 높은 불교문화를 생산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외에도 니르바나 실내악단은 5월 1일 부처님 오신날 서울 승가사와 공주 동학사에서 특별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며, 5월 중순경 열리는 지리산 쌍계사 차문화축제에도 참가해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이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은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