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하는 시기. 연말 분위기에 괜스레 마음이 들뜨다가도 지난해를 돌아보며 가슴 한 구석 갑갑함을 느낀다. 꽉 짜여진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도 싶지만 어딜 가든 북적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일상에 지친 마음을 정리하고 새로움을 준비하고 싶은 시간, 그렇다면 겨울 산사를 찾자. 그리고 가부좌를 틀고 앉자. 왜 지금 내가 힘든지, 그 힘듦이 어디서 왔는지를 물으며 자기에게 한 발짝 다가가 보자.
선에 대한 일반인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겨울철 산사 문화체험을 마련하는 사찰이 늘고 있다. 이 같은 겨울 수련회는 교구 본사급 사찰들이 대규모로 개최하는 여름수련회에 비해 짧은 기간, 적은 인원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대부분 참선 위주의 프로그램이라 번잡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참나'를 보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불총림 백양사는 본사급 사찰로는 유일하게 27∼31일, 1월 7∼11일 두 차례에 걸쳐 '참사랑 수행 결사' 수련회를 갖는다. 전 조계종 종정 서옹 큰 스님의 법문과 화두간택, 좌선의, 선종사 등의 불교교리 강의가 있으며 마음과 몸을 동시에 닦을 수 있는 참선과 겨울 산행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061)392-7502
경남 하동 쌍계사의 산내 암자인 국사암은 올해 처음으로 산사 문화 체험을 마련했다. 12월 23일부터 25일까지 2박3일 동안 열릴 수련회는 차와 범패의 고장답게 참선과 함께 불교음악, 차의 효능과 마시는 법, 불교예술 등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자리다. (055)883-8801∼3
96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겨울철 선수련회를 시작한 전남 고흥 송광암은 22일부터 내년 1월 14일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3박4일 일정으로 단기출가 프로그램을 연다. 참선 위주로 꾸려지는 게 특징이다. 적대봉과 금강 해수욕장 등에서 펼쳐지는 좌선과 행선, 선 체조, 호흡법, 화두잡는 법, 발우공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061)843-8488
전남 구례 연기암도 겨울철 선수련회를 개설했다. 4박5일 일정으로 22∼26일, 내년 1월 3∼7일 열리는 수련회는 하루 8시간 참선을 중심으로 예불, 선강좌, 화엄사 및 주변 암자 순례, 금강경 독송 등을 준비했다. (061)782-0588
제주 한라산 원명선원은 23∼27일 '삼매 체험 선 수행'을 개최한다. 타력에 의존하지 않는 자기 수행을 체질화하기 위해 4박5일 동안 수행중 철저한 묵언과 좌선, 행선 위주로 프로그램을 짰다. (064)755-3322
도심 속에도 시민들을 위한 재가선방이 문을 열어놓고 있다. 시민선방으로는 선학원, 무불선원, 봉은사, 법련사, 도선사 등 서울지역 사찰과 함께 부산 해운정사, 인천 용화사, 양산 통도사, 부산 불교교육원, 강원 홍천 금강선원, 청주 용화사 등이 손꼽힌다. 이들 선방은 동안거 기간에 시민선방을 개방해 시민들의 참선을 돕고 있다. 대부분 참선을 위주로 하지만 사찰에 따라 선체조, 호흡법, 참선 특강, 철야 정진을 곁들이기도 한다.
권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