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에 불교가 공인된 때가 법흥왕 14년이 아니라 진흥왕 5년이란 주장이 제기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 불교 공인을 위해 순교한 이차돈은 개인의 이름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승려를 통칭하는 말이라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문경현(경북대) 교수는 <민족문화학술논총>에 '신라불교 초전 고'라는 논문을 게재하고, 이같은 주장을 폈다.
문 교수는 "진흥왕 5년(544)에 흥륜사가 완성돼 3월에 사람들이 출가해 승려가 되어 부처를 받드는 것을 허가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에 주목했다. 신라 최초의 절인 흥륜사가 창건된 이 때가 정식으로 불교가 공인된 해라는 것이다. 따라서 법흥왕이 재위 21년(534)에 흥륜사의 주지가 됐다는 <삼국유사>와 <해동고승전>의 기록은 허구라는 것이다.
또 법흥왕은 생전에 '모즉지(牟卽智)' 또는 '원종(原宗)'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법흥왕이라는 시호는 그가 죽은 뒤 "참 불교를 일으킨 왕"으로 자처했던 진흥왕(眞興王)이 전왕을 추존하기 위해 올린 것이라고 밝혔다. 흥륜사의 주지가 된 사람 역시 진흥왕으로 그의 법명은 법운(法雲)이었다.
특히 이차돈은 위촉(蝟觸)으로도 기록되고 있는데, '고슴도치'를 뜻하는 신라의 옛말 '잇'에서 온 것으로 숨어서 활동하던 불교 비공인 시대의 승려를 지칭하던 보통명사였다는 것이다.
이같은 근거로 이차돈의 가계에 대한 기록이 어떤 데는 박씨로, 어떤 데는 김씨로, 어떤 데는 석씨로 등장하는 등 조작된 순교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신라에 처음으로 불교를 전한 인물인 '아도(阿道)'도 꾸며진 이야기이며, 아도를 숨겨 주었던 선산의 '모례(毛禮)'도 '모(毛)'의 뜻인 '털' 과 '례'(禮)의 소리를 합한 '뎔'을 뜻하는 것으로 '절'이라는 보통명사가 의인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