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 또 다시 닥쳐온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에 대한 불안감은 마음마저 움츠러들게 한다. 하지만 거리엔 벌써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했고 전국적으로 불우이웃돕기 성금모금운동이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어려울 때일수록 아픔을 함께 하려는 마음이 진정한 보살행'임을 실천하는 자리가 마련돼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한다. 예년 같지 않지만 올해도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려는 불심은, 선율과 화폭에 온정을 담아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자리를 녹이고 있다.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데 음악만큼 좋은 수단도 드물 것이다. 설명 없이도, 목청을 높이지 않아도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 화합의 다리를 놓기 때문이다. 12월 14일 서울 부암아트홀에서는 법현스님의 '더불어 사는 음악회'가 열린다. 올해로 4회를 맞는 법현 스님의 음악회는 첼로 독주, 바이올린, 성악, 피아노 삼중주 등 클래식 선율이 주를 이루고 대중적 노래가 곁들여진다. 음악회와 함께 6층 전시실에서는 16일까지 수석 및 서예·그림 전시도 연다. 여기에서 얻은 수익금은 장애인이나 교도소, 양로원,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의료기구나 겨울옷을 전하는 데 쓸 예정이다.
이에 앞서 3일에는 광주 남도예술회관에서 제2회 부다가야 청년문화예술제가, 11월 30일 대구시민회관에서는 진각종 금강합창단의 '어려운 이웃돕기 자선 음악회'가 있었다. 금강합창단의 자선음악회에는 특히 금강합창단이 3년째 매주 월요일마다 자원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구시내 복지재단 정신지체장애인 4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자선음악회가 열린 시민회관 로비에서는 또 경전심인당의 신교도 차새환 불자가 연꽃 사진 전시회를 열어 판매 수익금을 어려운 이웃돕기 성금에 보탰다. 불음합창단도 지난 달 24일 연 창립 15주년 기념음악회 수익금 모두를 어려운 이웃돕기에 쓸 계획이다.
자선음악회는 내년까지 이어진다. 수원포교당 가릉빈가 소년소녀합창단은 내년 1월 15일 진주 문예회관에서 심장병 어린이 돕기 자선음악회를 연다. <풍경>의 저자 원성 스님과 함께 준비중인 이번 음악회는 지난 5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공연됐던 '그림으로 못다 한 동승의 노래-풍경' 공연내용을 중심으로 꾸며진다. 진주시립교향악단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공연장뿐 아니다. 선서화(禪書畵)로 유명한 성각(경남 남해 망운암 주지) 스님은 울산지역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 위한 선서화 특별 초대전을 16일까지 현대백화점 울산점 갤러리에서 연다. 성각 스님은 10여 년 전부터 서울·부산·경남과 중국 등 국내·외에서 20여 차례 전시회를 열었고, 1억 원이 넘는 수익금을 소년소녀가장과 결식아동, 심장병 어린이 돕기에 써왔다. 이번 전시회 수익금 역시 심장병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울산대학병원 어린이병동에 맡길 생각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달마, 관음도, 산, 늘 좋은 날 등 독특한 화법과 운필의 선서화 50여 점을 내놨다.
출가 전 만화가로 활동한 적이 있는 성각 스님은 "내 그림이 심장병으로 고통받는 어린 중생들이 건강한 삶을 누리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