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등 수행자와 재가 불자들이 선정에 든 모습을 조각으로 표현한 한기늠 전이 6월 15~24일 부산시청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한씨의 조각작품은 '구도' 연작으로 지긋히 감은 눈매, 다소곳이 모은 두 손, 그리고 그것 마저 생략해버린 텅 빈 열락의 선정을 표현하고 있다. 부처의 모습보다는 스님이나 재가 불자의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부처로 앉아있기 보다는 부처의 갈구를 통해 부처에 이르려는 치열한 고요를 형상화하고 있다.
미술평론가 강선학은 '전통적인 도상에 너무 의지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이 있지만 그의 조각은 부처가 아니라 스님이나 재가의 모습으로 불교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평한 적이 있다.
그의 조각 중 특징적인 것은 가부좌를 튼 채 두건을 쓴 구도상인데 단순화한 형상의 머리가 있을 뿐 몸통을 공(空)처럼 비워놓았다. 장옷같은 두건은 인도나 티벳 혹은 서구적인 느낌이 없지 않지만 광배로 여기면 낯설기만 한 건 아니다.
근년 그의 조각작품에서는 청동이 거칠게 다루어져 있다.우둘투둘 거친 청동의 표면, 촛농같이 엉켜있는 고뇌의 덩어리와 어울린 연꽃, 가부좌의 불상을 통해 고뇌가 있어야 부처가 있다는 경계를, '부처가 똥막대기'라는 선구를 형상화하고 있는 듯 하다.
작품 중에는 성철스님의 청동 좌상도,그가 열흘간 설법을 들었다는 티벳의 달라이 라마를 떠올리게 하는 대리석 두상도 있다.
부산비엔날레를 알리기 위한 이 전시는 6월 30일~7월 9일 서울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도 열린다.051―888―4674
부디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