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권 9편 144항목으로 된 <삼국유사> 초간본은 일연 스님 입적 후 문도들이 간행했다는 주장이 다시 나왔다.
부산대학교 채상식 교수는 6월 15일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국문화와 역사인물 탐구-원효, 설총, 일연-’ 학술대회에서 “일연비를 건립한 혼구가 일연 생존시 직계 문도라면 일연이 생존에 이미 간행한 <삼국유사>를 그리 오랜 기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굳이 ‘부기’를 수록하면서까지 새로 간행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며 “결국 <삼국유사>는 일연이 내용항목 순으로 제1~9까지 만들어 놓은 것을, 그의 사후 일연의 계승자로 자처한 혼구가 자신의 의견을 보충하여 5권으로 나누고, 이를 토대로 초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논리상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일연스님의 행적을 중심으로 <삼국유사> 탄생 배경을 구체적으로 추적해 들어간 채 교수는 일연스님과 문도들이 남해분사에서의 고려대장경 조판에도 참여했으며, 이를 계기로 독자적 판각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또 일연스님이 <삼국유사>에 앞서 간행한 <역대연표>는 “왕력편의 기재양식 등을 볼 때 <삼국유사>를 찬술하기 위한 선행작업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산시 후원으로 열린 학술대회에서는 일연스님 외에도 원효스님과 설총의 민중지향적 면모와 그 현대적 의미를 모색해 보는 글들이 함께 발표됐다. 학술대회는 1부 원효와 설총, 일연 그 삶과 학문에 이어 2부에서는 인물 유적과 지방문화, 종합토론의 순으로 진행됐다.
권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