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스님? 얼핏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음성공양을 통해 불법을 전하는 스님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불음가요, 찬불가, 트로트, 명상음악, 성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통해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다가고 있어 포교 효과도 크다.
현재 교계에서 불음 포교를 하고 있는 스님들은 범능, 지범, 정률, 대주, 도신, 심진스님 등 10명 정도. 이들 중 최근들어 활발한 활동을 펴며 음성포교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이는 범능 스님(대전 대진정사 주지). 지난 달 ‘오월의 꽃’과 ‘먼 산’ 등 두 개의 음반을 잇달아 발표한 범능스님은 출가 전 전남대에서 국악을 전공한 음악도 출신이다. 광주에서 공부한 영향으로 민중가요를 주로 작곡하며 직접 노래까지 불렀던 스님은 93년 출가 이후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도종환, 김용택 시인에게 노랫말을 부탁해 이번 음반을 만들었다.
1집 ‘오월의 꽃’은 제목이 상징하듯 광주 민중항쟁을 소재로 만든 곡들이고, 2집 ‘먼 산’은 불교사상이 녹아 있는 노랫말에 국악리듬을 붙인 서정적인 찬불가요다. 범능스님은 음반 출시 기념으로 11월말 천주교 복음성가 가수인 김정식씨와 공동으로 특정 종교의 울타리를 뛰어넘은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91년 <부모은중경> 노래로 데뷔한 지범스님(제주 불광사 주지)은 요즘 가을 경 선보일 6집 ‘명상의 노래’ 음반 녹음작업에 한창이다. 스님의 노래는 주로 부처님의 경전과 선시에 곡을 붙인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불교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는 데 큰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5년부터는 새 음반을 내놓을 때마다 제주 문예회관에서 발표회를 여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2년 전에는 미국 뉴욕 한인 불자회의 초청으로 공연을 열기도 하는 등 국내외를 오가며 음성공양을 하고 있다.
불교와 트로트를 접목한 대주스님(청량리 백선사 주지)의 노래를 들으면 일상의 번뇌가 눈녹듯이 사라짐을 느낀다. 평소 ‘염불은 가장 멋진 음악’ 이란 지론을 펴온 스님은 99년 손목인씨의 미발표 유작음반을 기획하며 설운도, 주현미, 명국환 등 트로트 가수들과 라이브 콘서트를 열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스님은 앞으로 개신교, 천주교 등 타종교의 성직자들과 함께 대중음악을 소재로 한 종교화합음악회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률스님은 출가자로서는 유일하게 성악을 통해 음성공양을 하고 있다. 지난 88년 삼소회 음악 공연을 계기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한 정율스님은 지난해 찬불가 모음집 ‘영겁을 하루같이’를 발표하면서 운흥사, 보탑사, 봉은사 등 전국 유수 사찰음악회에 단골 초청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원광대 음악교육대학원에서 성악을 전공한 스님은 교계의 전문 음악가들로 구성된 ‘부르나 솔리스트 앙상블’도 결성해 불교음악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밖에 창작국악교성곡 ‘혜초’, 국악교성곡 ‘붓다’ 와 같은 대규모 공연에서 활동하는 도신스님을 비롯해 ‘우리 가는 길’ ‘산사’ ‘어머니’등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의 심진스님(현등사), ‘사람사는 정’ ‘인연따라 바람따라’의 해성스님, 최근 찬불가요 ‘샘’을 발표한 보현스님(부처님마을)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불음 포교사들이다.
김주일 기자